法 "외국인이라는 사정만으로 달리 취급받을 이유 없어"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산재로 사망한 외국인노동자의 유족이 외국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퇴직공제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한 법률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베트남 국적 노동자 A씨의 아내 B씨가 건설근로자법 제14조 제2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사건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 2023.03.23 mironj19@newspim.com |
앞서 A씨는 대한민국에서 건설근로자로 일하다 지난 2019년 9월 건설공사 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했다. A씨가 보내주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B씨는 남편의 사망 소식에 입국한 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퇴직공제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제회는 건설근로자법상 외국 거주 외국인 유족은 퇴직공제금을 받을 수 없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B씨는 지난 2020년 9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건설근로자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유족은 유족보상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외국에서 거주하고 있던 유족은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헌재는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건설근로자 퇴직공제금 제도는 사업주가 납부한 공제부금만을 재원으로 하여 마련된 퇴직공제금을 지급하는 것이어서 외국인 유족에게 퇴직공제금을 지급하더라도 국가의 재정에 영향을 미칠 일이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건설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외국 거주 외국인 유족은 자신이 거주하는 국가에서 발행하는 공신력 있는 문서로서 '퇴직공제금을 지급받을 유족의 자격'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어 건설근로자공제회의 퇴직공제금 지급 업무에 특별한 어려움이 초래될 일도 없다"며 "외국인 유족을 퇴직공제금을 지급받을 유족의 범위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퇴직공제금은 일시금으로 지급되는 것이어서 건설근로자의 사망 당시 유족인지 여부만 확인하면 되므로 퇴직공제금 수급 자격에 있어 '외국인'이라는 사정 또는 '외국에 거주'한다는 사정만으로 대한민국 국민인 유족 혹은 국내 거주 외국인 유족과 달리 취급받을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