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36.3%→38.1%→39.8%로 늘어
작년 국감에서도 양형 강화 필요성 제기
법조계 "양형 강화와 효과적인 재활 고민해야"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반복되는 마약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마약 소지와 투약에 대한 양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마약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지만 양형 기준은 큰 변화가 없는 실정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검·경을 중심으로 유관기관이 모여 출범한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은 마약 상습투약·중독사범에게 중형이 선고되도록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마약범죄의 양형 강화 안건 상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마약범죄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미한 형이 선고돼 재범에 이르는 등 마약 범죄가 근절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이유다.
대법원이 발간한 사법연감을 보면 마약사범의 실형 선고 비율은 2020년 53.7%에서 2021년 50.6%, 2022년 48.1%로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집행유예 선고 비율은 2020년 36.3%에서 2021년 38.1%, 2022년 39.8%로 늘었다.
이같은 처벌 수준 탓에 마약을 투약하더라도 초범이면 집행유예에 그친다는 안일한 인식이 확산해 마약 관련 범죄가 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유명 작곡가 돈 스파이크가 마약 상습투약 혐의로 체포되면서 마약범죄에 대한 심각성과 우려가 제기됐으나,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법조계는 항소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마약범죄 양형기준은 마약 투약·단순소지의 경우 상습 투약과 동종 전과 등으로 인해 가중 처벌을 받더라도 최대 징역 4년에 그치도록 규정돼 있다. 돈 스파이크의 경우 대마초 등의 마약 전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낮은 형량을 받은 사례로 꼽힌다.
돈 스파이크의 마약 사건 발생 이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장은 "2020년 (마약범죄의) 양형 기준을 조금 올리긴 했는데,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마약범죄의 양형기준 준수율이 41개 범죄 중 34번째임을 지적하며 "현재 양형기준이 마약범죄 위험성이 크지 않을 당시 만들어진 것도 문젠데, 이를 지키는 비율도 낮다"고 우려했다.
그 사이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의 마약 투약 사건과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국민들의 우려가 커졌고 마약범죄는 피싱 범죄 등으로 진화했다.
마약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비판은 2019년 재벌 3세들의 마약 투약 사건이 연이어 터졌을 때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SK그룹 창업주 고(故) 최종건 회장의 손자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홍정욱 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의 장녀 등이 마약 투약과 밀반입 혐의 등으로 적발됐으나 대부분 징역형에 집행유예 처벌을 받으면서 예외적인 선처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전문가들 또한 마약범죄가 급증하는 현실에 비해 처벌 수준은 턱 없이 낮다고 주장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마약을 단순히 소지하거나 투약한 경우 재활 치료가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현재 양형 기준이 낮아도 너무 낮다"며 "치료명령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양형 기준을 높여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마약범죄는 전과가 없으면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게 대부분"이라면서도 "최근 미성년자를 중심으로 마약범죄가 확산하는 점을 고려할 때 양형 강화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재활 치료를 통해 재범을 막을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