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고용률 3.1% 지키고 싶어도 구인난 심각
규모 커질수록 부담 가중…부담금 준조세 전락
장애인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의무고용제가 도입됐으나 기업의 60% 이상, 특히 대기업은 70% 가까이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의 고용률은 36% 수준으로 비장애인(63%)의 절반 수준이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고용의 현주소와 문제점, 바람직한 개선방안을 모색해 본다.
[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 국내 한 대기업 연구소는 매년 장애인 고용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로 인해 전체 근로자의 3.1%를 장애인으로 구성해야 하지만, 안전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는 업무 특성상 장애인에게 맡길 수 있는 업무가 한정적이다보니 채용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소 직원 A씨는 "장애인 의무고용제의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단순 보여주기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필요 없는 인력을 늘리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현재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은 전체 근로자 3.1%를 장애인으로 채용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같은 의무고용비율(3.1%)을 적용하는 면에서 대기업들의 불만이 큰 실정이다.
대기업은 중소기업보다 더 많은 장애인을 고용하더라도 근로자 수가 많은 탓에 매번 장애인 의무고용률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장애인 고용] 글싣는 순서
1. 대기업 68% 장애인 고용 외면…벌금 택하는 기업들
2. 기업 규모·업종 상관없이 획일적인 규제…난감한 대기업들
3. 해법은 '장애인 표준사업장'…정부 지원 적극 활용해야
◆ 대기업 37% "장애인 채용 어려워"…소기업은 5.3%
기업 입장에서 근로자 채용은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조심스러운 영역이다. 기업이 낮은 생산성에도 장애인 고용을 하는 배경엔 장애인 의무고용제가 있었다.
ESG 경영이 화두가 된 만큼 기업들도 장애인 의무고용제를 지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업종이나 업무 형태에 따라 채용할 수 있는 장애인 인력에 한계가 있다보니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지난해 기업체의 장애인고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장애인 채용이 어렵다'고 답한 기업 비율은 근로자 100인 미만 기업이 5.3%, 100~299인 24.2%, 300~999인 32.8%, 1000인 이상 37.6% 등으로, 기업 규모가 클수록 높았다.
국내 대표 대기업인 삼성전자마저도 장애인 의무고용제에 따라 전체 직원의 3.1%를 장애인으로 채용해야 하지만 이행률은 1.5%에 그친다. 장애인 채용 미달 부문에 대해서는 지난해까지 매년 부담금을 냈다.
당초 정부는 취약계층인 장애인에게 취업 기회를 주기 위해 장애인의무고용제를 시행했으나 취지와 달리 기업에 부담으로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2014~2016년 2.7%, 2017~2018년 2.9%, 2019년 이후 3.1%로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대기업 안전연구소 관계자는 "획일적인 장애인 고용률을 맞추기 위해 무리해서 중증 장애인을 고용한 적 있는데 전체 팀이 해당 장애인 근로자를 지원하느라 업무에 지장이 생긴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 의무고용률 지키기 위한 채용…부작용 속출
기업들이 장애인 의무고용률 준수에 급급한 나머지 보여주기식 채용을 하는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표한 2022년 기업체장애인고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고용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채용하는 기업체 비율'이 50인 미만 기업을 제외한 모든 규모(50~299인·300~999인·1000인 이상)에서 과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자료=한국장애인고용공단] 2023.04.19 swimming@newspim.com |
또 공단이 기업을 대상으로 '장애인 고용으로 인한 도움 정도'를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6개 항목 가운데 '장애인 고용의무 이행'이 3.63점으로 가장 높았다.
보여주기식 장애인 채용이 아닌, 기업 스스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인권 보호에 나설 수 있도록 현 장애인 의무고용제 보완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경우 장애인 의무고용 미준수율이 국정감사 단골 소재인 데다 경영평가에도 반영돼 부담이 더 크다"라며 "장애인 의무고용제의 실효성을 위해서라도 제도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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