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빌라 500여채 갭투자 전세 사기' 지난해 세모녀의 전세 사기 사건은 서민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범죄의 '끝판왕'이었다. 부동산 계약 과정에서 임대차인과 임차인 사이의 실수가 아닌, 철저하게 계획적이었고 구조적인 사기 행태였기 때문이다.
세모녀의 경우 김모 씨가 딸들의 명의로 수도권 빌라 500여채를 전세 끼고 매수한 뒤 임차인 85명에게 약 180억 상당의 보증금을 받아 챙겼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씨는 신축 빌라를 분양하는 업자와 공모해 임차인을 모집했다. 임차인에게는 분양가 보다 더 비싸게 전세 보증금을 받았다. 이중 일부를 리베이트로 챙긴 뒤, 건축주에게 분양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부 김기락 차장 |
전세 사기 관련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그동안 경찰과 검찰은 대부분 공인중개사와 상의하라고 하는가 하면 임대인과 임차인이 알아서 잘 협의하라는 식의 소극적 대처를 해왔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부동산은 경제 상황에 따라 시세, 매물 등이 달라지는 데다, 부동산 중개 전문가인 공인중개사가 엄연히 있어서다. 또 임대차보호법 등 관련 법이 있는 만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공인중개사의 중개에 따라 계약했을 뿐이다.
그런데, 380억원대 전세 사기 혐의를 받는 인천 '건축왕' 일당 중 일부는 공인중개사였다. 특히 건축왕은 인천과 경기도 주변에 아파트 등 총 2700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임차인들의 추가 피해가 상당히 우려된다. 건축왕 때문에 최근 두달간 피해자 3명이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했다.
또 서울 강서구 일대 주택 약 1200채를 보유하다 수십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고 사망한 '빌라왕' 등 외에도 동탄, 구리, 대전, 부산 등 전세 사기 사건으로 인해 국민의 삶이 송두리째 물거품이 되고 있다.
현재 전세 사기 사건 피해자만 수백명, 피해 규모는 수백억대 이상으로 알려져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통상 사기 사건의 경우, 피해가 불특정다수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중고차 대출도 그렇고 보이스피싱 등도 마찬가지.
이는 사기 조직이 커지고 있고 확산됐다는 얘기다. 사기 과정에 따라 계획적·반복적·부가적인 형태를 보인다. 사기 일당으로부터 한번 코가 걸리면 계속 끌려다니게 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극단적인 선택까지 몰고 가는 것이다.
전세 사기 뿐만 아니라, 월세 사기, 매매 사기, 분양 사기, 대출 사기, 부동산 개발 사기 등 집을 매개로 한 사기는 차고 넘친다. 우리나라 사람한테 집의 의미는 남다르다. 보통 사람들에게 집은 삶의 최종 목표이기도 하다.
수사기관은 이번 전세 사기 사건을 단순 사기로 보는 것으로 넘어, 국민의 생사(生死) 문제로 봐야 하는 이유다. 최종 목표를 잃었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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