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직접 투입 아니지만 우회지원 지적
국토부 첫 현물출자…SR 자본금 초과 규모
리스부채 제외 이어 SR 특혜?…"운영효율 도모"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정부가 수서발 고속철도(SRT) 운영사인 에스알(SR)에 대규모 현물출자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SR의 관리,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가 산하기관에 현물출자한 사례가 없는 데다 규모 역시 SR의 현 자본금을 뛰어넘는 금액을 지원하기로 해서다. 정부는 특혜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공공기관 효율화를 추진하는 현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 등 잡음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국토부 산하기관 현물출자 첫 추진…SR 자본금 초과하는 대규모 수혈
6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SR에 2000억~3000억원 규모의 현물 출자를 추진하고 있다.
방식은 국토부가 가진 35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도로공사 지분 일부를 SR에 넘기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이를 위해 SR을 정부출자기업에 포함하는 내용의 국유재산법 시행령 개정이 최근 완료됐다. SR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학연금, 중소기업은행, 산업은행이 각각 41%, 31.5%, 15%, 12.5% 지분을 가지는 형태로 운영됐는데 정부가 주주로 포함되는 것이다.
국토부가 산하기관에 현물출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금이 직접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회계상 자본금을 투입하는 형태여서 우회 지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례없는 현물출자를 통해 SR에 특혜성 지원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전 부처를 통틀어서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일부 금융공기업에서 제한적으로 현물출자가 활용됐다.
규모 역시 SR의 기존 전체 자본금을 뛰어넘는 금액이 거론된다. 현재 SR 자본금은 2500억원으로 정부가 최대 3000억원 현물출자를 추진하면 국토부는 SR 지분 50% 이상을 확보하는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SR 덩치 대비 현물출자 규모가 큰 것은 그만큼 SR 자본금 규모가 작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SR은 역사 등 상당수 시설을 임대로 사용하고 있어 사실상 보유 중인 고속열차 10편성이 자본 대부분이다. 지난달 말 현대로템과 발주 계약을 맺은 14편성 열차 구매를 위해 현재 자본금을 뛰어넘는 대규모 자본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면허 조건인 부채비율도 문제다. 재무적 투자자(FI)인 사학연금, 중소기업은행, 산업은행의 투자 연장 협의에 실패, 이들이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인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하면 코레일은 이들이 가진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해당 지분은 부채로 인식되는 '상환우선주'로 전환돼 SR 부채비율이 급등한다.
◆ 부채비율 150% 유지 위한 조정…흑자노선 운영, 높은 재무건전성 요구
SR은 부채비율 150% 이하 유지를 조건으로 면허를 발급받은 만큼 부채비율이 올라가면 면허 취소 조건에 해당된다. 앞서 2020년 금융감독원이 운용리스를 리스부채로 인식하도록 회계기준을 변경하면서 SR 부채비율이 150%를 초과하자 국토부는 리스부채 제외를 승인해준 바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노선면허 발급 당시 회계기준을 근거로 부채비율 조건을 걸었기 때문에 이후에 바뀐 회계기준을 감안하도록 한 것"이라며 "회계기준이 바뀌는 것을 인지했다면 이를 감안해 조건을 조정했을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SR 면허 조건에 부채비율이 포함된 이유는 고속철도의 효율적 운영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일반철도를 운영하는 코레일과 달리 SR은 흑자 노선인 고속철도만 운영하기 때문에 타이트한 부채비율을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상당한 수준의 재무 건전성을 요구한 셈이어서 회계기준 변경 등 운영과 직접적인 연관이 적은 사항으로 인한 부채비율 악화는 참작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현물출자 역시 2027년 평택~오송 구간 2복선화 개통에 맞춰 차량 발주를 준비하는 일환이다. SR은 이에 앞서 경전선(창원·진주), 전라선(순천·여수), 동해선(포항)을 운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철도노조 등은 정부가 SR에 특혜성 지원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이어가고 있다. 철도노조는 8일 준법투쟁을 시작으로 15일, 28일 철도노동자 총력 결의대회 등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