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해빙무드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됐던 미중관계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시진핑 독재자' 발언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중국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 발언에 분노하면서도, 미중관계 완화모드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내에서는 바이든의 이번 발언의 여파로, 양국 고위급 방문 일정이 연기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18일과 19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방중한 데 이어 현재 미국의 재무장관과 상무장관의 방중이 거론되고 있다. 또한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 역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현재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내 한 내부관계자는 23일 "바이든이 너무 강한 발언을 내놓았다"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으로 중미관계가 전환될 수 있는 좋은 시기를 맞았지만, 또다시 얼마간의 정지기간이 필요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전세계인이 바이든의 발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당분간 전세계 언론이 이 발언을 이슈로 삼을 수 밖에 없다"면서 "미국의 장관급 인사가 중국을 방문하거나 중국의 장관급 인사가 미국을 방문할 때 이와 관련된 질문을 맞닥뜨리게 되면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미국의 조치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상태다. 중국이 원하는 수준의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중국측이 미국 고위급 인사의 방중을 거절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은 2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셰펑(謝峰) 주미 중국대사가 전날 백악관과 국무부 고위 관리들에게 심각한 입장을 표명하고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미국이 즉각적이며 진지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모든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중국 정부와 인민은 깊은 모욕감을 느끼고 단호히 반대한다"며 강한 불만감을 표시했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毛寧) 대변인 역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터무니 없고 무책임하며 기본적인 사실과 외교적 예의에 엄중히 위반되는 공개적인 정치 도발"이라며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다만 양국 모두 이 사건을 확대시키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악영향이 미중관계 전반에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의 우신보(吳心伯) 미국연구센터장은 외신 인터뷰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무척 큰 실언을 했다"면서 "그동안 상호신뢰를 강조해왔던 중국의 입장에서 바이든의 발언은 매우 파괴적이며, 큰 손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바이든의 발언이 블링컨 장관의 방중성과를 모조리 뒤집지 않을 수도 있다"고도 발언했다.
우선 중국측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보도통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관련 발언은 중국 매체에 일절 소개되지 않고 있다. 중국외교부나 주미중국대사관 홈페이지 역시 관련 발언이나 중국측의 대응발언들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발언 자체가 곤혹스러운 만큼 보도통제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보도통제는 이 발언이 중국내 반미정서를 격발시키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자신의 발언이 미중관계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길 원하는 속내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발언이 미중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미중관계를) 훼손하지 않았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시주석을 만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마찰을 회피하며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한 행사에서 중국 정찰풍선과 격추 사태에 대해 시 주석이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았다면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것은 독재자들에게는 큰 창피"라고 말했다.
미중 양국 정상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신화사=뉴스핌 특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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