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경 차관 출연연 20% 예산 삭감 해명
연구현장 "삭감 근거 제시·제도개선 절실"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내년 예산이 당초 계획대비 20% 삭감될 상황에 놓이면서 정부와 연구현장간의 갈등이 확산될 조짐이다. 이에 대해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임 1차관은 출근과 함께 이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임 1차관은 4일 오전께 과기부 기자실을 방문해 "연구개발(R&D) 예산을 깎으려는 게 아니라 제대로 분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R&D 재검토'를 언급한 이후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내년 예산의 20%를 줄여 과기부에 제출한 것에 대한 해명이다.
조 차관은 "인재를 양성해서 최고기술을 개발하고 경쟁에 뒤처지지 말라는 취지"라며 "할 수 있는 연구를 하지말고 세계 최고 기술을 같이 연구해서 배워오면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경쟁력을 탄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출연연 일각에서는 당초 기획재정부가 국방과 과학분야의 직할기관을 제외하고 다른 부처의 예산을 삭감하려다가 출연연이 다시 포함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에 대해 조 차관은 "전혀 아니고 예산에서 제대로 쓰도록 배분하는 차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자료=대통령실] 2023.06.29 biggerthanseoul@newspim.com |
윤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에 대해 조 차관은 "제대로 써야 하는 곳에 쓰지 않고 늘 하던 대로 연구비를 지출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재단개혁 가능성에 대해 그는 "이종호 과기부 장관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출연연 예산 삭감 제출과 관련, 연구 현장에서의 우려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공공연구노조 한 관계자는 "과학기술기본법 상 6월 30일까지 과기부는 예산을 확정해서 기재부에 제출해야 하는 것인데, 이를 어긴 만큼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R&D 예산이 왜 삭감되는 것인지 정확한 근거가 없다면 이 점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경쟁력 있는 세계 최고 기술을 개발하라는 정부의 취지에 대해 연구현장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연구자들이 단기 성과에 매달려 과제 연구비를 경쟁적으로 받아가게 하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제도의 문제를 개선하기보다는 당장의 세수 부족을 허리띠 졸라매기 방식으로 채우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에서 과기부 내부에서도 국정 기조에 발맞춰 예산 감축에 나서고 있으나 연구현장의 어려움에 등을 돌릴 수도 없어 난감한 분위기다.
과기부 한 관계자는 "그동안 다양한 노력으로 관행적인 부분에서 예산이 쓰이는 부분을 개선했지만 여기에 더해 불합리한 부분이 없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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