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보유 지분 0.9%p 장내 매도, 지분율 15.71%
자금 사정 안 좋은 현 회장 흔들기 의심, 개미 손해는?
쉰들러 추가 공격 가능, 승강기 시장 1위 운명 주목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글로벌 엘리베이터기업 쉰들러 홀딩 아게(이하 쉰들러)의 현대엘리베이터 흔들기가 이어지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쉰들러는 지난 18일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3만6291주를 장내 매도했다. 이번 판매에 따라 쉰들러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기존 15.80%에서 15.71%로 0.9%p 낮아졌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yooksa@newspim.com |
쉰들러의 이같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매도는 처음이 아니다. 쉰들러는 지난 6월 21일부터 26일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9만119주를 장내 매도한 바 있다. 당시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하락하는 등 변동을 겪었다.
쉰들러의 18일 주식 매도에도 19일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4만2500원, 20일 4만3400원으로 굳건한 상태다. 그러나 쉰들러가 소규모 매도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적대적 M&A를 위해 최대 주주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흔들려는 의도로 의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현 회장은 지난 3월 쉰들러와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한 이후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약 2300억원의 배상금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 회장은 연 이율 12%의 높은 이자를 내고 있어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타파하고자 현 회장은 보다 안정적인 대출 및 투자자를 찾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에도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이 담보가 될 가능성이 커 주가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쉰들러의 이어지는 소액 지분 매각이 이 약한 고리를 흔들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는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면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된다"라며 "불과 0.1%도 안되는 지분을 팔아 시장에 혼란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대주주들의 경영권 다툼이 격화되면서 이 과정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의 안정성이 약화돼 개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 회장이 7.83%, 현대네트워크가 10.6%, 모친인 김문희 용문학원 명예이사장 5.5% 등을 합하면 26.57%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에 따르면 이와 함께 3%의 지분을 갖고 있는 우리사주 등을 더해 현 회장 측 지분은 30%가 된다.
2대 주주인 쉰들러의 지분은 15.71%로 격차가 상당하다. 현 회장이 손해배상 소송 이후 빠르게 배상금을 지급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여전히 최대주주인 현 회장 측 대부분의 지분이 담보로 불안한 상태인 만큼 경영권을 노린 쉰들러의 공격이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국내 엘리베이터 점유율 40%를 차지하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외국계 기업으로 넘어가면 국내 생산시설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쉰들러는 국내 지분이 불과 2%도 되지 않는데, 생산 설비에 투자를 하지 않고 잇다.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생산 시설에서 같이 생산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라며 "쉰들러가 현대 엘리베이터의 인수에 성공하면 국내 엘리베이터 부품 등의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글로벌 3위 승강기 시장인 한국에서 40%의 지분을 차지하는 한국앨리베이터의 경영권 문제가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