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만기도래 ELS서 100억 중 40억 원금손실
내년 은행권 만기도래분 13조…손실 더 커질 듯
중도해지? 만기 위험 감수? 투자자가 선택해야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한 시중은행에서 홍콩H지수와 연계해 판매한 주가연계증권(ELS)에서 40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하면서 추가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5대 은행에서만 만기도래 금액이 13조원을 넘어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ELS 상품의 손실 발생 구간(녹인·knock-in)에 진입한 투자자의 경우 '중도해지'시 손실금액과 만기시 원금손실 예상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한 곳에서 2년여 전 판매한 홍콩H지수 기초 ELS에서 40억3000만원 규모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7월말 만기가 도래한 총 103억원 중 약 40%에 가까운 금액이다.
ELS는 기초자산이 되는 지수(통상 1~3개), 종목이 만기까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면 약속한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녹인 구간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다.
2021년 초에 판매한 이 ELS 상품은 가입 기간 홍콩H지수가 35% 넘게 급락하지 않을 경우 약정된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가입 당시 1만1000선을 넘었던 홍콩H지수가 지난 7월 6000선대로 떨어지면서 손실을 냈다. 만기 평가일에 어느 기초자산이라도 최초 기준가격의 일정 수준 미만인 경우, 하락폭이 가장 큰 기초자산의 손실률 만큼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기초자산의 하락률이 클 경우 100%의 원금손실을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무더기 손실을 기록했던 테슬라 주식의 경우 만기일에 주식이 60% 하락했고, 70% 하락을 36개월 동안 하루라도 경험한 상태라면 손실액은 60%다. 1억원을 투자했다면 6000만원을 손해보고 4000만원만 받게 된다. 이번 원금 손실이 확정된 홍콩H지수 연계 ELS의 손실액은 50%를 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벌 은행에 따라 돌아오기 만기에 따라 손실구조는 다 다르다"며 "이번 만기 도래 상품의 경우 손실이 50%를 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문제는 홍콩H지수 기초 ELS가 내년 대거 만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은행에서 판매된 ELS 관련 상품(ELF, ELT 포함)의 만기 도래 금액은 내년까지 13조5776억원에 달한다. 홍콩H지수가 전고점인 1만2000선 근방에서 들어간 상품의 경우 최근 주가지수를 고려할 때 상당수가 손실발생 구간에 진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A은행은 ELS 투자자들에 보낸 안내서에서 "본 상품은 낙인이 발생했으나, 원금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중도해지(중도상환)도 안내했다.
일반적으로 중도해지를 선택하는 경우는 녹인이 발생하거나 녹인 발생이 예상돼 손실을 줄이기 위한 경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ELS 상품의 경우 중도상환을 추천하는 경우는 그 상품이 녹인이 됐고 만기상환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상환이 될지 안될지 모르는 경우"라고 했다. 낙인 구간에 진입했던 ELS의 경우 지수 혹은 주가가 급등했을 때 손절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중도해지를 할 경우 투자자들은 ELS의 공정가액(평가금액) 대비 최소 95% 이상(6개월 미만의 경우 90%)을 돌려받을 수 있다. 공정가액은 펀드의 기준가와 비슷한 것으로 ELS의 현재 가치를 평가한 것이다. 외부 평가 기관이 ELS의 잔존 만기,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성 등을 고려해 산출한다. 예를 들어 투자한 ELS의 현재 공정가액은 70만원이고,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최소 66만5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A은행이 투자자들에게 보낸 평가금액은 1만원 당 7000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30%의 손실을 감수해서라도 녹인의 부담에서 벗어날 지, 녹인의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향후 수익을 노려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