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 경제는 오히려 급속히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부동산 부분에서 채무위기가 불거지면서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심이 중국경제에 드리워져 있다. 게다가 청년 실업률이 치솟고 있고, 출생아수가 급감하고 있는 점은 중국 경제발전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중국경제의 현 상황을 진단하는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부동산과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규제로 촉발된 불안 심리가 소비 부진으로 이어진 것이 중국 경기 회복을 어렵게 하는 내부적 요인으로 꼽힌다면 대외 환경 변화 및 지정학적 불안이 중국 경제를 험지로 밀어넣은 외부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 악화가 최대 걸림돌이다.
[위기의 중국경제] 글싣는 순서
1. 소비·수출·투자 모두 빨간불...식어가는 성장동력
2. 부동산발 금융리스크와 위안화 딜레마
3. 청년실업률 50%·출생아수 6년 만에 반토막
4. 美경제에 '위기' vs. '기회' 엇갈린 시선
5. 디커플링·디리스킹에 "부양책도 美 눈치 봐야"
◆ '디커플링'도 '디리스킹'도 결국은 중국에 불리
가장 최근인 이달 9일, 미국은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반도체 등 3개 첨단 기술 분야와 관련해 자국 자본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우려 국가의 특정 국가 안보기술 및 제품에 대한 미국 투자 대응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중국을 비롯해 홍콩과 마카오를 '우려 국가(country of concern)'로 규정하고, 자국의 사모펀드·벤처캐피탈 등 자본이 우려 국가의 첨단 기술 분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차단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해당 분야에 투자하려는 기업들은 사전에 투자 계획을 신고하고 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중국이 희귀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제한한 뒤 나온 것이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는 지난달 초 수출통제법·대외무역법·세관법 등 규정에 입각해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들을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달 1일부터 정식 시행에 돌입했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의 대(對) 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화웨이(華為)를 포함한 다수 중국 기업에 제제를 가하자 중국이 산업 원자재 공급 차단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중국이 광물 수출 규제 방침을 알린 뒤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응 조치 수위에 주목했다. 미국이 대중국 투자를 제한할 경우 미중 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제한 수위와 강도 등에 관심이 모아진 바 있다.
미국이 대중국 투자를 제한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미중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바라본다. 디커플링이 '재앙적인 일'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달아 제기되자 미국은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실상은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우위를 유지하면서 중국을 따돌리는 것이 미국의 목표라는 관측이다.
[사진=셔터스톡] |
◆ 금리 조정도 美 눈치 봐야
문제는 여기에 있다.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 조짐을 보이고 내수가 부진한 만큼 수출이 성장 동력으로서 더 큰 역할을 발휘해야 하지만 미국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들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상품 무역과 외국인 투자가 감소, 중국 경기 회복 전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중국의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5%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2020년 1~2월(-17.2%) 이후 최저치로, 특히 대미 수출은 23.1% 급감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투자 역시 줄어들고 있다. 올해 2분기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한 49억 달러(약 62조 5800억원)에 그치며 1998년 이후 2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역시 미국이 반도체 등 첨단기술 수출을 제한한 것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심지어는 중국 자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에도 미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기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보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부양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중국 당국은 신중한 모습이다. 이미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2007년 이후 16년래 최대치로 벌어진 가운데서 기준금리를 더욱 인하할 경우 외국인 자본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추가 인상 여지를 남겨 놓고 있는 것이 중국을 더욱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오늘 21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물 대출우대금리(LPR)를 2개월 만에 0.1%p 인하한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코노미스트지 산하 리서치 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쉬톈첸 이코노미스트는 "현 상황에서는 0.5%p 이상의 금리 인하나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지출, 기타 실질적인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