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맨으로 SK텔레콤과의 시너지 기대
미디어 시장 침체기에 신사업 역량 발휘될까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SK브로드밴드가 8개월 간의 유영상 대표 겸임 체제를 마무리하며 새로운 대표를 맞이한다.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선임될 박진효 사장은 20년간 SK텔레콤의 혁신을 이루어온 SK텔레콤의 기술통이다. 유료방송과 IPTV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성장이 정체된 SK브로드밴드의 도약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진효 SK브로드밴드 신임 사장.[사진=SK브로드밴드] |
1970년생인 박 사장은 고려대 수학교육학 학사, 정보통신공학 석사를 했다. 1997년 SK텔레콤에 입사해 중앙연구원, 네트워크연구원 등을 거쳐 ICT기술센터 센터장 겸 최고기술경영자(CTO)를 역임했다. SK텔레콤의 3G부터 5G 기술 발전에는 박 사장의 기여를 빼놓을 수 없다.
박 사장은 SK텔레콤 중앙연구원에서 3G 관련 기술의 연구와 네트워크 연구 개발의 커리어를 쌓았다. 2009년에는 액세스(Acess)망개발팀장을 맡으며 노키아, 에릭슨 등 글로벌 이동통신장비업체와 협력해 국내 최초 LTE 출시를 위해 힘썼다. 네트워크연구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는 5G 시대 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2020년부터는 SK쉴더스 대표이사를 맡으며 보안 업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동시에 경영자로서의 역량도 키웠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박 사장의 신사업 발굴 능력이다. SK브로드밴드의 주요 사업이 매출 정체라는 위기를 맞이하며 구원투수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SK쉴더스 대표 시절 통신, 미디어, 보안 등 플랫폼 기반 신사업을 융합하는 데 강점을 드러냈다. 재직 동안 스마트 홈 보안 CCTV '캡스홈 도어가드', 긴급 출동 서비스를 더한 무인매장 통합 솔루션 '캡스 무인안심존' 등 SK텔레콤의 통신 강점을 활용한 다양한 융합서비스가 시장에 진출했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출입을 통제하는 물리 보안에서 정보 보안까지 사업 역량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 박 사장 재임 이후 SK쉴더스 매출도 꾸준히 우상향했다. 지난 3년간 SK쉴더스 매출은 2020년 1조3272억원, 2021년 1조5497억원, 지난해 1조7928억원으로 나타났다.
◆신사업으로 꾸준한 우상향...SK브로드밴드에서도 재현될까
SK브로드밴드는 IPTV, 초고속인터넷, 전화 등 미디어와 유선통신의 한정된 포트폴리오가 매출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미디어 콘텐츠의 주된 실적을 견인하는 것은 IPTV 부문이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OTT로 대거 이동하는 동안 해지 방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이에 IPTV 업계들은 OTT 전용 서비스, 맞춤형 광고 등 타깃 고객들을 겨냥한 마케팅 전환으로 탈출구를 마련하고 있다.
넷플릭스와의 망 이용료 대가 산정도 숙제다. 수년째 진행되고 있는 법적공방도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하고 10차 기일까지 진행된 상태다. 단기간에 결론을 내기 쉽지 않은 문제들이 산적한 만큼 박 사장의 어깨도 무겁다.
SK텔레콤이 추진하는 'SKT 2.0' 전략이 박 사장의 신사업과 어떠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SK텔레콤은 'SKT 2.0' 출범과 더불어 핵심 5대 사업군을 ▲유무선 통신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아이버스(AIVERSE) ▲커넥티드 인텔리전스 등으로 재편한 바 있다. 유선통신, 미디어 등 SK브로드밴드의 주요 사업이 한 축으로 설정되며 힘이 실리는 모양이다.
양사의 유무선 사업 협업 효과를 위해 그간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과 긴밀한 협업을 이루어낼 수 있는 CEO를 주로 선임해왔다. 20년 간 SK텔레콤에서 근무한 SKT맨인 박 사장이 내외부에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유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박 사장은 SK텔레콤과 T-B(텔레콤-브로드밴드) 시너지 극대화는 물론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 기반의 미디어, 기업 간 거래(B2B), 인프라 분야에서 SK브로드밴드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bea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