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도입...외국인노동자 최대 8개월 체류 가능
열악한 근로환경에 이탈 증가...지자체 관리 과제
결혼이민자 가족·유학생 가족을 계절근로자로 적극 허용해야
미래학자들은 대한민국은 출산 파업중이고,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국가라고 말한다. 이러한 인구 대위기에 이민수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중앙정부는 이민정책에 대한 밑그림이나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야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과 산업인력 부족해소를 위한 단편적인 논의들이 시작되었지만, 국민적 공감대나 미래에 대한 청사진 없이 정치적 찬반 논쟁만 하고 있다. 이에 뉴스핌에서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저출산 초고령사회에서 인구문제와 지방소멸 현실을 짚어보고, 각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한국형 이민정책 "K-이민정책"에 대한 길을 제시해 본다.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근로자 이탈을 막으려고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마을회관 방 하나를 숙소로 제공하기도 한다" "고용허가제로는 외국인 노동자 채용에 한계가 있는데 계절근로제는 원하는 만큼 데려올 수 있어 좋다"
농어촌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계절근로자 제도를 놓고 엇갈린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사업주들은 필요한만큼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 채용을 선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에 숙련된 근로자를 성수기때마다 활용할 수 없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반면 계절근로제가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근로자의 이탈을 부추기고 이를 지자체가 관리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계절근로제는 농어업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합법적인 외국인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시행됐다. 체류기간이 최대 3개월이었으나 기간이 짧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현재는 최대 8개월로 연장됐다.
[서천=뉴스핌] 박우진 기자 = 충남 서천군에 있는 김 양식장에서 한 외국인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다. 2023.07.25 krawjp@newspim.com |
충남 서천에서 김 양식업을 하는 정정진 선진수산영어조합법인 대표는 올해 말부터 계절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게 됐다. 농어촌에서는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업무량의 차이가 크고 일당을 선호하는 업종 특성 상 고용허가제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에 부담이 크다. 또 법인 유형에 따라 채용할 수 인원에도 한계가 있다.
정 대표는 "고용허가제로는 외국인 근로자 채용에 제한이 있다보니 업계 관계자들은 채용에 큰 제한이 없는 계절근로제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업종별 특수성을 고려해 제도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농어촌에서도 업종에 따라 성수기와 비수기가 다른 만큼 업체들끼리 연계를 통해 숙련된 근로자들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사업자들은 계절근로자를 선호하지만 업종의 특성상 계절근로자에게 일을 시키고 숙련될 때 쯤이면 떠나게 되는게 현실"이라면서 "서천은 김 양식과 멸치 어획이 많은 곳인데 성수기가 겹치지 않는데 업체들끼리 연계를 시키면 사업자도 근로자도 모두에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열악한 근로환경 등으로 인해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의 이탈이 자주 발생하면서 몸살을 앓는 지자체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라살림연구소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계절근로자 1만2027명 중에서 1151명이 이탈해 이탈율이 9.6%를 기록했다. 2021년 1850명 중 316명이 이탈해 이탈율이 17.1%에 이른 것과 비교하면 이탈율은 줄었지만 이탈자 규모는 크게 늘었다.
계절근로자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로자를 모집하고 체류관리까지 하는 만큼 지자체의 역량에 따라 계절근로자 이탈 규모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주도 외국인(이민) 정책 분석: 계절근로자 및 지역특화형 비자를 중심으로' 리포트를 보면 계절근로자 운영 규모가 큰 지자체에서 이탈 규모가 비교적 크게 나타났다.
반면 충북 괴산군과 강원 홍천군은 운영 규모가 큰 지자체이지만 2017~2022년 계절근로자 이탈자는 없었다. 괴산군은 계절근로자 도입에 있어 주민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했고 홍천군은 담당 공무원들이 농가를 자주 방문하며 자체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한 것이 이탈자가 없게 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고용계약 기간이 너무 단기간이어서 무단이탈의 원인이 된다는 비판에 법무부는 고용계약기간을 8개월로 연장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계절적 요소가 거의 없는 양식장이나 비닐하우스 업종 등은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많았다.
무엇보다 계절근로자 제도에서 고질적인 문제는 농가와 직접 월단위로 고용계약을 체결하여 농한기나 우천시에도 일정한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원칙적으로 계약 농가 외 다른 장소에서 일하는 것은 불법이다 보니 농가나 외국인 모두 불만이었다.
이러한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법무부에서는 올해 농협을 통해 농가와 계절근로자 인력을 연결하는 '공공형 계절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역농협이 외국인 근로자를 직접 채용하고 이들을 관리하면서 농가에서 필요로 할 때 파견하는 제도다. 그러나 공공형 계절근로가 아직은 현장에서 제대로 정착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다.
특히, 지자체가 송출국과 직접 계약한 근로자들 중 무단이탈이 많았고, 결혼이민자의 가족은 상대적으로 이탈이 적다는 결과도 나왔다. 계절근로자 무단이탈에 골머리를 앓던 전라북도는 결혼이민자 가족을 늘린 것이 무단이탈 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했는데, 지난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1006명 중 결혼이민자 가족은 445명에 불과 했지만 올해는 1940명 중 1193명을 결혼이민자 가족으로 채웠다.
계절근로자를 지자체간 협약에만 의존하지 말고, 지역의 결혼이민자 뿐만 아니라 지역 대학의 유학생 가족까지 계절근로자로 활용한다면 무단이탈도 방지하고 유학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유학생의 가족은 계절근로자로 올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고기복 모두를위한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는 "계절근로제는 농어촌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뉴질랜드나 호주에서는 계절노동자 이탈이 발생하면 책임이 계절노동자 뿐 아니라 고용주에게도 돌아가다보니 고용주들이 사전에 엄격하게 심사한다"면서 "농어촌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소득을 보장하고 노동 환경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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