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규모 공장둔 국내 기업들...당장 탈중국 어려워
인구 뒷받침되는 인도, 新시장? 중간재 팔 곳 없어
[서울=뉴스핌] 김지나 이지용 기자 = 미-중 관계가 반도체 등 산업에 영향을 미치자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에 있던 생산기지를 옮기며 글로벌 밸류체인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국내기업들은 여전히 중국이란 큰 시장을 놓칠 수 없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 보기를 이어가고 있다.
1년 사이 중국 수출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중국에 제조 공장들이 집중돼 있어 중간재를 주로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 입장에선 중국을 포기할 수 없다. 단,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감이 커지는 한편 외교적 이유로 중국에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자 국내 기업들은 중국에 대한 추가 투자는 멈춘 상황이다.
◆中에 공장둔 삼성·SK 등 생산 축소..."내수 꽉 막혔다"
5일 업계에 따르면 ICT 중간재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삼성, SK, LG등 주요 그룹사들은 대부분 중국에 대규모 공장을 두고 있는데, 이들 기업은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및 중국 내수 위축 등과 맞물려 중국 공장의 생산량 조정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 시안공장에선 낸드 반도체의 40%, SK하이닉스 우시·다롄 공장에선 D램 반도체 50%, 낸드 30%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수요 위축과 가격하락 등과 맞물려 재고조정을 하고 있는 양 사는, 중국 공장 중심으로 감산을 진행 중이다.
IT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기의 경우 중국 천진 공장과 고신공장을 운영하며 각각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카메라 모듈 등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들 공장 역시 중국 모바일 수요 위축 등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 광저우에 공장을 둔 LG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생산하고 있지만, 중국 LCD 업체의 저가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및 대형 LCD패널 생산으로 전환하고 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국 수출에 반도체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다른 품목의 경우 중국 산업 고도화와 함께 중국 기업들과 경합 관계에 들어갔다"면서 "그런 상황에 중국 리오프닝 이후 수요가 회복되면 소비재 뿐 아니라 중간재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재는 내수가 꽉 막혀있어 한국 기업들 입장에선 총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대체시장 인도? "제조업 비중 낮아"
중국 수출에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 입장에선, 당장 중국 시장이 위축됐다고는 하지만 섣불리 발을 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여전히 중국에 완제품을 제조하는 제조사들이 몰려있고 구매력 있는 인구가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중국에 견줄 만 한 대체 시장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우리기업은 중국에 대부분 최종재가 아닌 중간재 수출을 통해 중국에 있는 각종 공장에 들어간다"면서 "아직 이를 완벽하게 대체할만한 곳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도 또한 가공 무역이나 제품생산공장이 중국만큼 많지 않아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당장 중국 시장을 포기해 다른 시장으로 대체했다간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수출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정부도 지난 4일 수출 관련 전방위 지원책을 발표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정부 수출 지원책 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기존 미국·중국·아세안 중심의 주력 시장에 더해 중동·중남미·유럽연합(EU) 등 새로운 전략 시장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는 점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럽의 선진 기업들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유럽과 미국에 많이 진출을 못 했는데, 이번 기회에 선진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며 "중국이 우리 수출에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낮아지겠지만 제로가 되지 않을 테고, 결국 돈이 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 실속있는 수출을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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