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사망한 교사의 49재 추모제이자 '공교육 멈춤의 날'은 교육계의 뿌리 깊은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교사와 정부가 서로 믿지 못하는 신뢰의 연결고리가 취약하다는 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참석해 성난 교사들의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기대만큼의 효과는 없었다는 분위기도 나오고 있다.
돌이켜보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벌어진 일들은 '신뢰'의 문제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김범주 사회부 차장 |
지난 7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매주 주말,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만 명의 전현직 교사가 타는 듯한 폭염의 열기로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도로에 몸을 던졌다. 정부서울청사, 국회 앞 등에서 이들이 외친 메시지는 '교사의 교육권 보장'이었다.
총 7번의 집회가 있었지만, 아스팔트 위에서 이들과 함께 땀을 흘린 교육계 수장은 거의 없었다.
지난 8월 17일 충북 청주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초등교장협의회 하계연수회는 현재 학교의 불만과 피로감을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지만, 이후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교권회복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 학교장을 대상으로 학교 현장에서 가장 꺼리는 '돌봄확대' 등 정부 정책이 소개됐고, 정책을 소개한 이 부총리는 학교장들에게 야유를 받기도 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 행사에 병가·연가를 사용하려는 교사에 대한 대처는 어땠나. 추모재 참석을 위해 연차를 사용하려는 교사들을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최대 파면·해임 등 징계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정부 방침을 따른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간 갈등을 키우는 결과만 가져왔다.
뒤늦게 정부가 교권 4법(교원지위법·교육기본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 입법에 발 벗고 나섰지만, 추진 과정은 순탄치 않다.
이 처럼 갈등이 재현되는 과정에는 '신뢰'가 빠졌다. 최근 또 다른 교사들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는 등 교권 개선 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교사들이 다시 교실 밖으로 나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신뢰를 쌓는 첫 발걸음으로 교사들과 함께하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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