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계 개편 안된 정년 논의, 기업에 부담"
"정년 연장보다 재고용 중심 고령자 고용 검토해야"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가 요구해 이슈가 된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반대하면서 직무와 성과를 중심으로 한 임금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14일 '정년 60세 법제화 10년, 노동시간의 과제' 보고서에서 "지난 10여 년간 법정 정년 연장이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직무·성과중심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하는 법·제도 정비와 같은 과제들이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2023.06.14 yooksa@newspim.com |
경총은 "고령자 고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주원인인 임금체계의 과도한 연공성을 줄이고 일의 가치와 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로 개편하기 위해 취업규칙 변경절차 완화 등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총은 현대자동차 노조 등이 요구해 이슈가 된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경총은 "일본 사례나 우리 노동시장 여건을 고려하면 법정 정년을 지금보다 더 늘리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경총은 "고령자 파견허용 업무 확대, 고용 유연성 제고, 일하는 방식 다양화 등 고령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에 오래 남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법·제도 정비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총 임영태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올해는 정년연장 이슈가 현장의 파업 뇌관이 되고 있다"며 "10년 전 정년 60세 법제화의 상흔이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법정 정년을 지금보다 더 연장하는 것은 아직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더 큰 좌절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본부장은 "특히 임금체계 개편이 선행되지 않는 정년 관련 논의는 기업에 부담을 줄 우려가 크다"며 "이제는 시대적 소명을 다한 산업화 시대의 연공급 임금체계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이날 정년 관련 경영계 기본입장을 첨부해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고령인력 활용 활성화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나 임금체계 개편이 전제되지 않는 계속고용 논의는 고령자의 고용안정성을 오히려 저해할 것"이라며 "향후 법정 정년연장보다는 재고용 중심의 고령자 계속고용을 검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한편 경총은 정년 60세가 법제화된 2013년 이후 10여 년간 고령자 고용이 양적으로는 개선됐으나 질적 개선은 미흡했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2013년 이후 최근까지 55세 이상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 및 고용률은 꾸준히 증가했으나, 늘어난 고령 취업자 중 상당수가 임시·일용직 근로자 또는 자영업자로 일자리의 질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 취업자 중 상용직 비중은 35.1%로 15~54세 핵심근로연령층의 상용직 비중(65.6%)보다 낮고, 고령 취업자 중 '임시·일용직 비중(27.7%)'과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비중(31.7%)'이 핵심근로연령층 취업자의 각 구성 비중보다 높아 고령자 일자리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2013년 이후 최근까지 정년퇴직자 증가율보다 조기 퇴직자의 증가율이 더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년퇴직자는 2013년 28만5000명에서 2022년 41만7000천명으로 46.3% 증가한 반면, 명예퇴직, 권고사직, 경영상 해고를 이유로 주된 일자리에서 이탈한 조기퇴직자는 2013년 32만3000명에서 2022년 56만9000명으로 76.2%나 증가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