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과학적인 언어이자 아름다운 우리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외래어와 외국어 그리고 신조어가 무차별 하게 남용되고 있습니다. 방송과 드라마, 영화, 인터넷과 SNS엔 신조어 등이 넘쳐 납니다. 이에 뉴스핌은 미디어에 쓰인 한글 오남용과 함께 쉬운 우리말을 써야 하는 이유를 풀어 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최근 신조어 사용이 급증하면서 '갑분싸' '오운완' 등 줄임말에서 유래된 신조어가 유튜브를 넘어 TV, 방송 미디어에서도 두루 쓰이고 있다. '별다줄(별 걸 다 줄인다)'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우리 말로는 '준말'이라고도 하는 줄임말 사용은 몇 년 전까지 유행이었던 'YOLO(You Only Live Once)'나 비즈니스 상황에서 자주 쓰이는 'ASAP(As soon as possible)', 'TMI(too much information)'처럼 영어에서도 널리 쓰인다. 영어에서 주로 문장이나 표현의 앞 문자를 따서 줄여 쓰는 것처럼 한국어에서도 가장 첫 음절을 따다 붙여 줄임말을 만든다.
[사진=네이버 나우 방송 화면] |
얼마 전까지도 줄임말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 사용자들을 당황하게 했던 '갑분싸'는 '갑자기 분위기 싸해짐'을 줄여 표현한 단어다. 영화배우 황정민은 한 영화 홍보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분뇨를 싸지른다'라고 답하며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이처럼 줄임말 신조어의 사용은 익숙한 이들에게는 빠른 의사소통의 장점과 함께 그들이 강조하는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의 쾌감을 주지만 줄임말 사용에 익숙지 않은 이들을 시시때때로 당혹스럽게 한다.
여느 신조어가 그렇듯 MZ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를 의도치 않게 분리시키기도 한다. '갑통알'은 '갑자기 통장 보니 알바해야 될 것 같다'는 의미로, 대학생이나 20대 젊은 층이 흔하게 쓰는 용어다. '분위기 좋은 카페'를 뜻하는 '분좋카'나 '오늘 운동 완료'를 '오운완'이라고 쓰는 것 역시 어른들은 '별다줄'이라고 말할 만한 낯선 용어들이다.
이같은 줄임말 신조어 사용은 미디어에서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유튜브, 숏폼 콘텐츠가 널리 유행하면서 쓰이는 '유낳괴'라는 말은 '유튜브가 낳은 괴물'을 줄여 말한 것으로 '유튜브 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표현한 용어다. 이같은 용어는 이제 유튜브 뿐만 아니라 TV 예능, 공영방송에도 진출해 예능에서 불시에 등장하며 시청자들에게 예고없이 송출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콘텐츠 '핑계고' 화면 캡처] |
특히 '유낳괴'의 유래가 '자본이 낳은 괴물'을 줄인 '자낳괴'에서 시작된 것을 감안할 때 줄임말, 신조어 사용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의미가 확장, 변형돼간다는 점을 확인할 수있다. 하나의 줄임말을 모르면 해당 단어에서 확장되고 변형된 또 다른 신조어의 접근이 어렵다는 점에서 세대 분리, 특정 계층 이외의 접근이 배제된다는 문제점을 쉽게 도출할 수 있다.
다만 영어에서 IT기술이나 의학 분야 등 줄임말이 효과적으로 널리 사용되기도 하는 것처럼 한국어 준말도 의사소통의 편의와 효율성을 위해서 적절히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한국어에서는 한자어로 구성된 긴 단어를 줄여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부지법, 중앙지검 같은 용어가 대표적 사례로, 이같은 한자어 준말은 공공기관 명칭, 고유명사 등으로 대외적으로 쓰이고 보도시에도 사용돼왔다.
최근엔 오히려 이같은 한자어 준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세대가 출현하고, 최근의 한국어 줄임말이 의사소통의 장벽으로 작용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부적절하고 무분별한 신조어 사용은 지양하되 적절한 준말, 줄임말을 통일해서 합리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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