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차단에 AI 적용, 통신비밀보호법 탓에 어려워"
"스팸문자 나오면 바로 차단...계약조건 명시"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불법스팸을 통한 스미싱 범죄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 정부는 불법스팸 차단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스팸문자가 범람하고 그에 따른 사회적 피해도 커지는 이 때, 기업메시징서비스 기업 중 스팸문자를 전송하지 않겠다는 뚜렷한 경영철학을 가지고 사업을 하고 있는 곳이 있다.
1997년부터 기업형 대량문자 전송 등 기업메시징 서비스를 시작한 인포뱅크는 올해 상반기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발표한 스팸유통현황 중 전체 문자스팸 신고·탐지 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0.1%에 불과했다. 19일 홍승표 인포뱅크 iMessage 대표(부사장)을 만나 스팸문자 차단 노하우와 실효성 있는 스팸 차단 방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19일 홍승표 인포뱅크 iMessage 대표(부사장)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인포뱅크 본사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인포뱅크 제공] |
-인포뱅크의 문자스팸 전송률이 다른 곳과 비교해 상당히 낮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불법스팸의 피해를 누구보다 잘 안다. 스미싱의 시작은 불법스팸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하는 사업인데 불법적인 것을 하면 안 되지 않나 해서 스팸 전송에 선을 그었다. 1997년 기업 메시징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 시기에 스팸이 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당시 가지고 있던 대리운전 스팸 등을 끊고 금융이나 유통 등 정상적인 메시지 쪽에 집중했다.
-스팸 차단을 시스템 적으로 어떻게 하는가.
▲계약을 할 때 스팸을 보내려고 하는 곳인지 아닌지를 60~70%는 거를 수 있다. 업체의 사업등록증과 인터넷 조회, 신용 등을 보면 이 업체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문자를 많이 보내겠다고 하면 의심을 해야 한다. 그래도 뚫리는 곳이 있으니 스팸이 나오면 바로 차단한다. 업체와 계약할 때도 스팸을 보내면 차단하는 조항이 들어간다. 스팸 필터링, 키워드 필터링, 키사(KISA)에서 보낸 스팸차단은 다른 업체도 다 한다. 가장 큰 차이는 스팸을 보내지 말아야겠다는 시작점으로 회사 철학이 있다. 과감하게 차단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스팸문자를 보낼 때 스팸만 보내는 곳 보단 정상적인 물량에 같이 끼워 넣는 곳들이 있는데, 이 정상물량을 포기하면서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스팸 전송 비율에서 통신사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데 왜 그런가.
▲통신사는 기업메시징 중개업도 하고 통신업도 한다. KT는 자기들과 가까운 재판매사(기업메시징 서비스를 구매해 메시지 발송 물량이 적은 소형 기업 고객에게 판매하는 사업자)에 가격을 싸게 해 주면서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이 재판매사가 스팸을 많이 보냈다고 제한을 하면 재판매사가 다 날라가 스팸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통신사가 통신업만 한다면 중개사 관리를 꼼꼼히 했겠지만 통신사들이 중개업을 함께 하는 구조에선 통신사가 관리하긴 힘들다.
-통신사에서 할 수 있는 스팸문자를 막을 실효성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기술적으론 통신사가 개발하고 있는 AI(인공지능) 시스템을 활용해 발신자와 수신자를 체크하면 차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통신비밀보호법 때문에 메시지를 전송하기 전까진 까볼 수 없다. 이것이 AI에도 적용이 돼 개인정보 이슈 때문에 AI가 문자를 들여다보는 것 역시 힘들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 처럼 계약 전에 업체 조사를 자세히 하고 스팸을 보냈을 때 바로 차단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올해 KT와 LG유플러스가 기업메시징 서비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저가판매 등 불공정 경쟁을 펼쳤단 원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그 이후 변화가 있나.
▲변화 없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긴 문자의 경우 건당 23원인데, 통신사와 친한 재판매사에는 마케팅 지원비나 현금결재 할인 등 22원에 보낼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 우리도 그 재판매사로 보내게 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이어지고, 시장이 이렇게 된 것은 5~6년이 넘었다. 이런 구조를 타개해 보려고 KT에 공문도 보내고 과기부, 공정위에도 말하는데 크게 귀 기울지 않는다.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스팸 차단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무엇인가.
▲스팸문자를 일정 이상 보내면 사업 정지 시키는 식으로 강하게 나가야한다. 통신사들이 통신업에 집중하게 끔 해 주고, 나머지는 중개사에 맡기는 구조로 가면 베스트일 것이다.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스팸은 최종적으로 통신사를 통한다. 결국 통신사에서 스팸을 차단하는 것이 맞다. 중개사를 통해 들어오는 스팸문자가 있다면, 그 사업을 하기 힘들게 만들면 스팸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