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유럽종양학회(ESMO)를 앞두고 업계 관계자에게서 유한양행 주식을 사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와 관련된 데이터가 잘 나올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지난 18일, 유한양행과 관련해서 나온 기사는 '시총 1조 증발'이라는 헤드라인을 달고 있었다.
최근 업계에서 주가와 관련된 헤드라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셀트리온그룹도 그 한 축을 차지한다. 지난 23일 합병 결의 임시 주주총회가 이뤄진 후 모두들 주가 동향에 주목했다. 사소한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분석했다. 24일 주가는 '뜨뜻미지근'했지만 그 다음날은 '장초반 강세'를 보였다.
방보경 산업부 기자 |
수많은 헤드라인이 강조하듯 주가는 중요하다. 당장 셀트리온의 주가가 올라가지 않는다면 국민연금공단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시장에 팽배하다. 제약바이오 업계 전체에도 영향을 준다. 대장주 격인 유한양행의 주가가 떨어진 후 중견기업부터 바이오텍까지 주가가 요동쳤다.
우려되는 점은 작은 사건만 보고 기업의 역량을 근본적으로 의심하는 상황이다. 두 회사 모두 연구 및 사업 면에서 저력을 보여왔다. 국내에서 개발한 약품이 해외 교수들 입에 오르내릴 정도라면 분명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어엿한 면모는 보인 셈이다.
특히 유한양행의 경우 주가가 곤두박질친 이후에도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분석은 속속 나온다. 무진행 생존 기간 중앙값(mFPS)은 아쉽게 나왔지만, 타그리소 단독보다 개선된 임상적 우위를 확인했다는 것. 일각에서는 PFS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지는 전체 생존율(OS) 데이터가 나오지 않은 만큼,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제약바이오 분야는 어떤 산업보다도 주식시장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그럴수록 기업도 이해관계자들도 차분해져야 한다. 기대와 불안은 주가를 순식간에 움직이지만, 기업은 사업 방향을 한순간에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변화하는 시장인 만큼 '백년대계'는 어렵겠지만, 그렇다면 '십년대계'라도 고수해야 할 테다.
서정진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지난 3월 주주총회 및 지난 8월 있었던 간담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보가 쏟아져나왔다. 어떤 간담회보다도 주제를 뽑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군말이 없어 믿음이 갔다. 서정진 회장이 했던 말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회사는 주가를 부양하는 곳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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