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첫 법정 출석
"명백한 귀순 의사에도 강제북송 결정"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 2019년 11월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 고위 인사들이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선원 2명을 강제 송환한 이른바 '탈북어민 강제북송' 첫 재판에서 검찰이 "탈북 어민들이 지금은 살아있지 않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허경무 김정곤 김미경 부장판사)는 1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의 1차 공판을 열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탈북어민 강제 북송한 혐의를 받는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서훈 전 국가정보원장,김연철 전 통일부장관이 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가정보원법 위반 관련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01 leemario@newspim.com |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는 서훈 전 국정원장을 제외한 다른 피고인들은 이날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검찰은 1시간10분가량 프리젠테이션(PT)를 통해 공소요지와 법률적 쟁점을 진술하며 탈북 어민들의 귀순 의사에 반하는 위법한 강제 북송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탈북 어민은 헌법과 법률상 대한민국 국민이고 북한이탈주민법의 적용을 받는다"라며 "이들은 수차례 명백히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도 외국인, 난민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중앙합동정보조사 하루 만에 강제 북송이 결정됐다"고 했다.
이어 "조사가 시작된 첫날 탈북 어민들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고 합동조사팀은 정식수사,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으나 이를 보고받은 서 전 실장은 '흉악범이니 보내야 한다'며 강제 북송 근거를 발굴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과정에서 어민들의 귀순 요청과 귀순 목적은 삭제됐고 '대공 혐의점은 없다'는 왜곡된 보고서가 작성돼 외교부, 통일부에 전파됐으며 정 전 실장 등에게도 보고됐다고 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당시 흉악범죄자로부터 우리 사회를 지켜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웠고 남북 관계 개선 목적도 엿보인다"며 "그러나 귀순 의사에 반해 북한으로 송환한 것은 전례가 없고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으로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할 수도 있다"고 했다.
아울러 "초헌법적 위헌 조치로 위험을 제거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법행정 시스템이 미흡한지, 우리 사회가 그러한 조치를 용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진술을 마치며 "탈북 어민들이 강제 북송되고 난 후 (북한에서)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현재까지 알려진 적이 없다"며 "지금은 아마 살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 가입국이자 실질적 사형폐지국, 문명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케이블타이에 (손발을) 묶어서 강제 북 송한 것이 정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울컥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공소요지 진술 과정에서 국가안보 기밀이 드러날 수 있다며 비공개 재판을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일에 신청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하니 비공개 신청은 미리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는 정 전 실장 등 피고인별로 변호인들이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진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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