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1. 인천에 거주 중인 직장인 박모(34) 씨는 대중 목욕탕을 요즘 피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인천 서구 사우나에서 빈대 성충과 유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박씨는 "집으로 돌아오면 곧바로 의류에 살균소독제를 뿌리고 세탁한다"며 "아기가 있는 집이라 더욱 조심스럽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2. 서울 중구에 살고 있는 최모(29) 씨도 반려견 산책시 우거진 풀이나 잔디를 피하는 등 방역에 한창이다. 강아지 털 속에 빈대나 진드기가 옮겨붙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최씨는 "빈대는 유럽에서나 심한 줄 알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극성이라고 하니 믿기지 않는다"며 "정부에서 소독에 더 철저하게 신경써야 할 것 같다. 사라진지 오래 됐다고 안일하게 생각하면 안된다"고 했다.
빈대. [사진=질병관리청] |
1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최근 '베드버그(bedbug)'로 불리는 빈대가 전국에 속출하면서 정부가 관리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질병관리청, 보건복지부, 교육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와 회의를 통해 공동 숙박시설 등에 대한 빈대 관리 및 방제 방안을 공유하고, 빈대가 확산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지난 9월 대구 계명대 기숙사에서 학생이 빈대에 물렸다는 신고가 접수돼 대학 측에서 긴급 소독에 나섰다. 지난달 13일에는 인천 서구 사우나에서, 지난달 25일 서울 영등포구 고시원에서 빈대 출몰 신고가 접수됐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숙박업소와 기숙사 등에서 빈대를 목격했다는 글과 사진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용자들은 "혹시 빈대 있을까봐 유럽 여행 비행기표도 취소했다", "택배 뜯기 전에도 퇴치 스프레이 사다놓고 뿌려야겠다" 등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빈대는 감염병을 매개하진 않지만 사람의 피를 빨아먹으면서 수면을 방해하고 가려움증, 이차적 피부 감염증 등을 유발하는 해충이다.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인데다 살충제로 박멸이 어렵다.
20도 이상의 실내 온도 조건이면 먹이를 먹지 않아도 90~100일 정도 생존할 수 있다. 암컷 빈대는 몇 달 동안 살면서 100~200개 정도 산란한다.
과거에 박멸됐던 빈대가 최근 다시 급증한 이유는 코로나19 방역 해제 이후 해외 여행 증가, 살충제에 대한 내성 등이 꼽힌다.
질병청은 이날부터 공항 출국장과 해외감염병 신고센터에서 프랑스와 영국 등 빈대 발생 국가 출입국자와 해당 국가에서 화물을 수입하는 수입기업을 대상으로 해충 예방 수칙을 안내한다.
해외유입 동향을 파악해 위생해충 예방 홍보 대상국가를 수시로 조정해 검역소의 구제 업무도 강화할 방침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빈대를 예방하기 위해선 숙박업소 방문시 침대 매트리스와 머리판, 카펫, 침구류, 가구 등 틈새를 확인하고 방바닥이나 침대에 짐을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빈대 발견시에는 고열의 증기를 분사하거나 진공청소기로 오염 지역을 청소한 뒤 폐기해야 한다. 환경부에서 허가한 살충제를 뿌리면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빈대에 물렸다면 즉시 비누로 씻고 의사나 약사에게 찾아가 치료를 받고 의약품을 복용해야 한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해외여행 중 빈대 노출이 있을 경우 여행용품의 철저한 소독이 필요하고 공동숙박 시설에서 빈대 흔적 등을 확인해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라"며 "빈대를 발견했을 경우 철저하게 방제하고 필요 시 전문가와 상의해 방제에 적극 나서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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