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벌규정으로 함께 기소된 인터코스코리아는 파기환송
"부정경쟁방지법상 미수범은 양벌규정 적용할 수 없어"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한국콜마에서 동종업계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화장품 제조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기업 임원이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화장품 기업 인터코스코리아의 전직 상무 A씨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양벌규정으로 함께 기소된 법인 인터코스코리아에 대해서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지난 2008년 9월부터 2018년 1월까지 한국콜마에서 화장품 연구원 등으로 근무하다 동종업계인 인터코스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전 회사인 한국콜마의 화장품 제조기술을 무단으로 유출해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 회사 재직 중 실험한 자료를 피고인 개인 소유의 자료로 볼 수 없는 점, 피고인이 독자적으로 생성했다는 처방과 피해 회사의 처방에 상당한 유사성이 인정되는 점, 피해 회사가 장기간 축적한 원료 리스트는 제품을 개발함에 있어 원료나 거래처 선택에서 시간과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는 등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원고가 빼돌린 기술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피해 회사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피고인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 회사와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죄질이 불량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인터코스코리아 법인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범행에 관한 주의위무 위반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쌍방이 불복해 항소했고 검찰은 항소심에서 A씨에 대해 영업비밀 부정사용미수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A씨가 피해 회사의 영업비밀 파일을 열람하고 이를 이용하여 화장품을 개발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해당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피고인이 취득·유출한 영업비밀을 실제 제품 개발에 사용했는지 입증되지 않아 피해 회사의 피해가 크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실험데이터의 경우 피고인의 개인 역량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보이는 점 등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참작했다"며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또한 인터코스코리아 법인에 대해서는 항소심에서 추가된 A씨의 공소사실과 관련해 양벌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A씨에 대한 상고는 기각하면서도 인터코스코리아 법인에 대해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르면 양벌규정은 사용인 등이 영업비밀의 취득 및 부정사용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 적용될 뿐"이라며 "영업비밀의 부정사용에 관한 미수범을 처벌하는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는 양벌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 원심 판결에는 부정경쟁방지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라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주문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