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북아프리카 홍해에서 발생한 지정학적 리스크로 글로벌 해상 물류 공급망 혼란이 극심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상 공급망 혼란이 최대 5개월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해운업계는 임시 선박 투입으로 난관을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홍해 사태와 파나마 운하 가뭄으로 해상 물류 공급망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운임 인상과 물류 공급 난맥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홍해는 수에즈 운하가 인접한 곳으로 글로벌 해상 물동량의 30% 수준을 차지한다. 아시아 지역에서 유럽·지중해로 향하는 선박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야 한다. 만약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하면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우회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이스라엘과 관련된 선박들을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해운 위기'가 시작됐다. 이에 지난달 중순부터 머스크, 하팍로이드, HMM을 포함한 글로벌 해운사들이 수에즈 운하 통행을 중단했다. 이들 해운사는 결국 희망봉 우회를 결정했다.
독일 함부르크항에서 하역 작업을 마치고 출항을 준비중인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그단스크'호. [사진=HMM] |
이처럼 희망봉을 우회할 경우 선박 통항시간(리드타임)이 길어진다. 동유럽 기준으로 편도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추가로 소요된다. 왕복 운항 기준 2주 이상이 소요되는 셈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12척의 배를 투입해 운항하는 선박 노선의 경우 2주 동안 운항을 못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제때 물건을 공급해야 하는 화주들은 난처한 상황이다. 납기일을 맞추려면 물건을 미리 보내는 방법 외 다른 대안이 없다. 하지만 중소 화주를 중심으로 선박을 먼저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수요 증가로 운임도 같이 늘어나는 추세다. 컨테이너선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2일 기준 2206.03으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16.3% 오른 것이다. SCFI가 2000선을 넘은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마무리 돼가던 2022년 9월 23일 이후 약 1년 4개월 만이다.
운임 인상은 중소 화주 입장에선 큰 타격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에도 그랬듯이 (화물)수요가 몰리면 운임이 폭등할 수밖에 없다"며 "중소 화주의 경우 매달 예약할 때마다 운임이 반영되는 스폿계약이 대부분이니 운임 인상 타격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재 중남미 파나마 운하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극심한 가뭄으로 수위가 급격히 낮아져 선박 통항량이 감소하고 있다. 이곳에는 평시 40여척의 선박이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통항 선박 수는 절반 수준인 20여척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화주들의 걱정을 덜기 위해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은 유럽·지중해 노선에 임시 선박 4척을 투입하기로 했다. HMM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원활한 수출을 위해 임시 선박 투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글로벌 해운 혼란'이 최대 5개월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학과 교수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같은 국제 연합국이 개입했기 때문에 홍해발 항만 혼잡은 최대 5개월이면 지나갈 것"이라며 "그동안 선사들의 임시선박 투입 전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