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7일부터 공사비 50억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시행
인력 및 자금난에 중소 건설사 '대응불가'...줄폐업 우려도
여야, 2년 추가 유예 개정안 논의 변수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공사비 50억원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은 중견, 지방 건설사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으로 기업 조직에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를 둬야 하지만 조직 운영하기 위한 인력 충원 및 자금 여력이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건설업 특성상 안전관리를 강화해도 인명사고가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부분이 있어 영세업체의 폐업이 속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인력·자금난에 중소 건설사 사실상 '대응불가' 곤혹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부터 직원 50인 미만(건설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되면서 중소 건설사들이 대응책 부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공사비 50억원 미만 중소 사업장에 대해 유예기간 2년을 뒀다.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 유예가 이틀 뒤 종료된다. 이에 앞으로 공사비 5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도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를 최소 1명 이상 둬야 하고, 중대재해가 적용되면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을 잎두고 중소 건설사들이 대응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진=윤창빈 기자] |
건설업계에서는 인력 확보, 자금 여건이 녹록하지 않아 기업 운영에 어려움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대재해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안전보건관리를 총괄하는 담당자뿐 아니라 이를 수행할 조직원을 구성해야 한다. 사업장이 여러 곳이라면 안전을 담당할 인력이 더 필요하다.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많은 중소, 지방 건설사들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이미 적용받고 있는 대형 건설사들이 안전보건 조직을 대대적으로 확보하며 대응하고 있는 것과 구분된다. 인력과 자금에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측면이 있다. 상성물산은 부사장급을 CSO(최고안전보건책임자) 책임자로 두고 30여명의 조직 인력을 운영하며 사업장 무사고에 애를 쓰고 있다. 현대건설(안전관리본부장), 포스코이애씨(안전보건센터장) 등도 10여명 안팎의 조직원을 구성해 중대재해 방지에 노력하고 있다.
건설단체도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련)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중소 건설업계는 법 적용에 대비하고자 노력해 왔지만, 열악한 인력·예산 여건으로 준비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99%가 넘는 중소건설기업은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려워 범법자가 양산되고 기업의 존립은 물론 소속 종사자의 생계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대재해 확대 시행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역량 확보 및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 정치권서 2년 추가 유예 개정안 논의 변수...업계 "규제보다 지원 절실"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추가적으로 유예될 가능성도 있다. 여야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2년 유예하는 개정안을 두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재옥 국민의힘,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해 중대재해법 개정안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다만 양당 원내대표는 전날 만나 협상을 벌였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점에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중대재해법 강화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안전사고가 줄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산업재해자는 2021년 12만2713명에서 2022년 13만 348명으로 7635명 늘었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도 2021년 2080명에서 2022년 2223명으로 143명 증가했다. 재해자, 사망자 모두 늘어난 것이다.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50억원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에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중소 건설사의 비중이 95%가 넘을 것"이라며 "중대재해법 시행에도 건설현장의 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규제 강화보다는 하도급법 개선, 공사비 현실화, 원자잿값 상승분 보존 등의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