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망 보고서에 제시된 힌트
4월 금리 인상 유력한 이유
춘투 포함 지켜볼 변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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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일본은행(BOJ)의 2024년 첫 통화정책 회의를 지켜본 투자자들이 마이너스 금리 종료 시나리오를 겨냥한 베팅에 나섰다.
지난 1월23일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회의 후 단기물 국채 수익률이 1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은행주의 상승 모멘텀이 두드러진다.
일부 투자은행(IB)은 달러/엔 환율이 이르면 2분기 중 140엔 아래로 하락, 2023년 폭락한 엔화가 강하게 반등하는 시나리오를 점치고 있다.
정책자들은 이틀 전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마이너스 0.1%에서 동결했다. 아울러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0%를 웃도는 상황을 용인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일드커브 통제(YCC) 정책 역시 유지했다.
시장 전문가들이 포착한 힌트는 일본은행(BOJ)의 분기 경제 전망 보고서 문구에 자리잡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 "인플레이션이 2%에 이를 가능성이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문구가 새롭게 적시된 것.
시장 전문가들은 정책자들이 경제 전망 보고서에 이 같은 문구를 삽입한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과 변동성 [자료=블룸버그] |
일반적으로 신중하고 보수적인 행보를 취하는 일본은행(BOJ)의 성향을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에 대한 진단이 한 단계 전진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역시 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서비스 물가와 임금 등 초완화 통화정책의 정당성을 제공하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고무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행 [사진=블룸버그] |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은행(BOJ) 정책자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해 전폭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종료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판단한다.
일본은행(BOJ)은 2023 회계연도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망치를 2.8%로 제시, 2023년 10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2024 회계연도 전망치는 10월 2.8%에서 2.4%로 하향 조정했고, 2025 회계연도 전망치는 1.7%에서 1.8%로 소폭 높여 잡았다.
정책자들은 2025년까지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일본 소비자물가가 2% 내외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는 모습이다.
다만, 정책자들은 서비스와 임금 인플레이션이 이 같은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충분한가 여부를 확인하려는 움직임이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을 포함한 거시경제 지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한편 우에다 총재와 그 외에 정책자들의 발언에서 마이너스 금리 종료 신호를 읽어내는 데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본은행(BOJ)이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할 때 우에다 총재의 의회 공식 발언보다 사전에 예고된 세미나 혹은 연설을 통해 금융시장과 소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3월 중순으로 예정된 일본 대기업들의 임금 협상을 주시하고 있다. 이른바 춘투(春鬪)라고 지칭되는 기업과 노조 간 임금 협상이 향후 물가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춘투에서 결정된 임금 협상 결과가 중소기업의 연봉 협상에도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정책자들도 시선을 고정한다.
월가는 3월 중순 춘투가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종료 여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르면 4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2016년 시행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마침표를 찍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판단이다.
통상적으로 정책자들은 굵직한 통화정책 변경을 분기 경제 전망 보고서를 제시하는 시기에 맞춰 결정했다.
보고서가 1월과 3월, 7월 10월 작성되기 때문에 3월 중순 춘투 결과에 따라 4월 정책 결단이 내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우에다 총재가 이 같은 '전통'을 탈피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고, 이를 감안할 때 3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강행될 수도 있다고 일부 투자자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4월에 무게를 둔다. 일본은행(BOJ)이 2026년 경제 성장률 및 인플레이션 전망을 4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처음 제시할 예정이고, 마이너스 금리 종료도 이와 시기를 맞추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일본 대기업들이 대부분 3월 말 결산하기 때문에 이보다 앞서 기준 금리를 인상하는 일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투자은행(IB) 업계는 지적한다.
이토추 리서치의 다케다 아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일본은행(BOJ)이 금리 인상을 위한 포석을 두고 있다"며 "4월까지 경제 지표를 충분히 확인한 뒤 이 때 통화정책 회의에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에다 총재는 아직 3월이나 4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 종료와 관련해 아무런 힌트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질 경우 금리 인상을 연기할 여지를 남겨두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일부에서는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탈출이 하반기에 이뤄질 가능성을 제시한다. 블룸버그의 기무라 타로 이코노미스트는 "4월보다 7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여지가 높다"며 "마이너스 금리를 종료한 뒤에도 일본은행(BOJ)은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 기대감이 높지만 일본은행(BOJ)은 지속적으로 해외 주요국의 경기 불확실성을 지적한다.
주요 수출국에 경기 한파가 닥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중국 경제가 이른바 제로-코로나 정책 종료 이후에도 기대만큼 강한 회복을 보이지 않는 데다 대형 건설 업체 위기로 홍역을 치르고 있어 일본은행(BOJ)의 '출구 전략'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최근 일본 소비자들의 지출이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3월 중순 춘투에서 노조가 만족스러운 협상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월가는 주장한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