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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위해 보낸 계좌가 피싱 사기에 이용…대법 "계좌주에 책임 못 물어"

기사입력 : 2024년02월26일 06:00

최종수정 : 2024년02월26일 06:00

굴삭기 거래 과정서 사기범에 인감증명서 등 사진 전송
"거래 시 계좌 등 보낸 것, 이례적이지 않고 대가도 받지 않아"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피싱 사기범에게 보낸 금융계좌나 인감증명서 사진 등이 범행에 이용됐더라도, 범행에 이용될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없었다면 이를 보낸 사람에게 사기 금액에 대한 반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건설기계매매업자 배모 씨가 강모 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사진=뉴스핌DB]

강씨는 2021년 11월 22일 인터넷 중기거래 사이트에서 본인 소유의 굴삭기를 팔기 위해 희망판매가격 6500만원에 등록했다. 이후 성명불상의 A는 같은 날 강씨에게 전화해 구매희망 의사를 표시했고, 강씨는 해당 판매 게시글을 내리게 됐다.

같은달 30일 A는 강씨를 사칭하면서 배씨에게 연락해 해당 굴삭기를 5400만원에 매도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매매계약을 확정한 배씨는 A로부터 강씨의 금융계좌와 함께 사진으로 인감증명서, 등록증원본, 이전서류 등을 전달받았고, 그의 요구에 따라 굴삭기 5400만원을 강씨의 계좌로 송금했다.

배씨가 송금한 이후 A는 강씨에게 전화해 '세금신고 문제가 있어 자신의 통장에 거래금액이 찍혀야 한다'며 5000만원을 본인이 지정하는 계좌로 다시 보내주면 바로 6100만 원을 송금하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A의 요구에 따라 A가 지정한 계좌로 5000만원을 이체했으나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배씨는 대금 완납을 이유로 굴삭기를 가져가겠다고 하고, 강씨는 대금을 받지 못해 굴삭기를 인도할 수 없다며 분쟁이 발생했다. 이후 배씨는 강씨가 법률상 원인 없이 본인으로부터 5400만원을 지급받았으므로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배씨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반환 금액은 400만원으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강씨도 사실상 A의 불법행위로 인한 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본인이 매매대금을 받지 못한 채 굴삭기를 잃게 되는 손해를 입었을 수도 있다"며 "5000만원과 관련해 아무런 이익이 없는 강씨에게 반환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이득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2심도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했다. 다만 A의 불법행위에 대한 강씨의 과실을 인정해 그에게 5000만원 중 2000만원의 반환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강씨는 이 사건 매매가 피싱 범죄에 이용되는 것이라는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한데도, 오히려 '세금탈루 정도의 불법행위에 그치는 것'이라 스스로 착각해 5000만원이 A에게 귀속되도록 협조한 과실이 있다"고 봤다.

강씨가 거래 방법이 비정상적일 뿐만 아니라 인적 사항을 전혀 모르는 성명불상 사기범이 탈법 내지는 불법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명의인과 수취인이 다른 이유 등을 알아보려는 시도나 매매 현장에서 곧 이뤄질 확인 절차 등을 거치고 송금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배씨도 본인의 손해 발생 및 확대에 주요하게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배씨는 굴삭기 매수 과정에서 매매날짜·인적사항 등 내용을 전부 공란으로 기재하고 강씨의 인감도장만 날인된 건설기계양도증명서를 성명불상 사기범에게 요구했다"며 "이는 해당 굴삭기를 본인 명의로 등록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5900만원에 전매하는 불법 내지 탈법적 수법으로 차익을 챙기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배씨도 현장에서의 매물 등 확인 절차없이 강씨 명의 은행 계좌로 5400만원을 송금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강씨의 반환책임 금액을 1심에서 인용된 400만원과 송금액 5000만원 중 2000만원 및 이에 대한 이자로 제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강씨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2000만원에 대한 반환책임 부분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강씨는 A의 말에 속아 굴삭기를 매도할 목적으로 인감증명서 사진 등과 은행 계좌번호를 전송해 준 피해자로 볼 수 있고, 이와 관련해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았다"며 "정당한 등록 및 소유권 확인 등을 위해 사진 등을 전송해 준 것은 거래상 이례적이거나 비정상적인 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강씨가 이같은 이체를 하지 말아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진 등이 피싱 범행에 이용하리라는 것을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고, 본인의 이체로 편취금이 사기범에게 귀속하게 된다는 사정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hyun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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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딥시크" 中 마누스 성능 알고보니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의 한 벤처기업이 지난 5일 공개한 '마누스(Manus)'라는 이름의 AI 모델에 중국 IT 업계가 "제2의 딥시크(DeepSeek)가 나타났다"며 술렁이고 있다. 중국 관영 경제지인 중신징웨이(中新經緯)는 "6일 새벽 중국 IT 전문가들은 마누스의 충격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라며 "이는 딥시크 충격 당시의 현상과 유사하다"라고 전했다. 또한 "AI 게시판은 모두 마누스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매체는 "마누스가 중국 AI 업계에 충격을 주면서 6일 중국 증시 AI 섹터에 상한가 종목들이 속출했다"라고도 평가했다. 마누스를 개발한 업체는 '후뎨샤오잉(蝴蝶效應)'이라는 이름의 벤처기업이다. 후뎨샤오잉은 '나비효과'라는 뜻이다. 후뎨샤오잉은 지난 5일 마누스 테스트 버전을 공개했다. 사용을 원하는 사람은 테스트 신청을 할 수 있으며, 회사는 테스트 코드를 부여하고 있다. 신청자가 몰리면서 6일 마누스의 서버는 다운됐고, 테스트 코드 부여를 중단했다. 한때 테스트 코드는 7000달러에 거래될 정도로 가격이 치솟았다. 이에 6일 저녁 후뎨샤오잉은 성명을 발표했다. 회사는 "이처럼 많은 관심이 쏟아질 줄 몰랐고, 우리의 서버 용량은 확실히 한계가 있다"라며 "앞으로 더 많은 사용자가 마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발표했다. 또한 "현재 마누스는 갓난아이 상태로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라며 "우리가 마누스 정식 버전에서 구현하고 싶은 경험과는 차이가 크다"라고 밝혔다. 마누스는 챗GPT, 딥시크와 달리 사용자의 질문에 답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업무 혹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마누스는 이력서 심사, 부동산 연구, 주식 분석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회사 측은 "GAIA 벤치마크라는 AGI(범용 인공지능) 성능 평가에서 오픈AI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라며 "마누스는 생각과 행동을 연결하는 AI"라고 설명했다. 후뎨샤오잉의 수석 엔지니어인 지이차오(季逸超)는 애플의 생태계 혁신 대회에서 '맥월드 특등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이 기업의 핵심 인원들은 텐센트와 바이트댄스의 엔지니어 출신들이다. 마누스를 개발한 벤처기업 후뎨샤오잉의 수석 엔지니어인 지이차오. [사진=후뎨샤오잉] ys1744@newspim.com 2025-03-0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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