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 관계자 말에 "내부 분열 조장하려는 발언"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은 "실효성 없다"고 혹평도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의대정원 증원 사태가 진행 중인 가운데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28일 "의협(대한의사협회)이 대표성을 갖기는 좀 어렵다"고 발언했다. 이에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의협의 권위를 떨어뜨려 내부적인 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 지지율이 30% 밖에 안 된다고 국민들이 뽑은 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대한민국의 모든 의사들이 자동 가입된 의료법상 유일한 법정단체가 의협이고, 정부와 관련된 모든 위원회에 의협 회장이나 임원들이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유튜브 캡처]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28일 정례 브리핑을 진행 중이다. |
앞서 용산 대통령실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지난주부터 의대 교수들, 주요 병원장들, 전공의 대표들도 복지부 등과 물밑 접촉하고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 정부가 애로로 느끼는 건 의료계가 의협은 의협이 의료계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접촉해 말씀 들어보면 의협은 대표성을 가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주 위원장은 "의협은 대한민국 14만 의사 모두가 회원으로 등록돼 있는 유일한 의료계 법정단체"라며 "그 회원에는 전공의, 개원의, 교수, 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 있고, 모든 직역에서 배출된 대의원들의 총회 의결을 통해서 만들어진 조직이 바로 비대위"라고 못박았다.
정부가 사직한 전공의들의 복귀 기한 마지노선을 오는 29일로 제시한 것에 대해서는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 위원장은 "29일까지 복귀하면 처벌하지 않겠다는 엄포에도 전공의들이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정부는 어제 김택우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의료법 위반 및 업무방해 교사·방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면서 "급기야는 오늘 업무개시명령의 송달 효력을 확실하게 하겠다는 취지로 각 수련병원의 전공의 대표자들의 자택에 찾아가 직접 업무개시명령을 하며 전공의들을 겁박하기 시작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언제든 정부가 명령만 내리면 그것이 곧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있고, 대화와 타협보다는 처벌을 통한 겁박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전체주의 국가로 변모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며 "이러한 부끄러운 모습이 이제 외신 기자들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의료계에 제시한 당근인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전날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들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안을 공개했다.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실효성 없다고 혹평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은 의사나 의료기관이 의료사고 피해자 보상을 위한 보험에 가입하면 의료사고에 대해 의사의 기소를 면제해주는 내용이 골자다. 또 '책임보험 공제'와 '종합보험 공제' 안도 제시됐다.
책임보험 공제에 가입한 경우 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의료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환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종합보험공제에 가입하면 필수의료 행위를 하던 중 환자가 사망하게 되는 경우 형의 감면을 적용받을 수 있다.
주 위원장은 이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내용은 의사 개인이 책임 및 종합보험공제에 가입한 경우에 한해서 환자 및 보호자가 동의한 경우에만 배상액을 보험에서 처리해주고, 공소 제기를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사망 사고는 면책의 대상이 아니라 감경의 대상에 불과하고, 이 법안에서 보호해주지 않는 예외 조항들의 내용에 고의에 의하지 않은 과실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 이유이다.
주 위원장은 "건강보험 당연강제지정제를 통해서 국가가 의사 및 의료기관들에게 강제로 건강보험 진료를 하게 만들어 놓고서, 이 과정에서 생기는 분쟁 해결은 의사 개인들이 돈을 모아서 보험 형태로 배상하게 한다는 말은, 정부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현재도 대부분 환자 및 보호자와 동의가 되지 않아 소송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고려도 없고, 사망 사고나 비고의성 과실도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는 황당한 법안을 만들었다"고 혹평했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