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 제지업계가 4·10 총선을 앞두고 선거용지 시장에서 자존심을 건 기술 경쟁을 하고 있다.
29일 제지업계는 이번 총선과 관련해서 투표용지는 사전투표용지 160톤, 본 투표용지 300톤 정도로 투표용지만 약 460톤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물량은 대부분 한솔제지와 무림이 나누어가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선거공보물 용지가 7000톤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총 7500톤 내외의 선거용지 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시장규모는 12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일각에서는 올해 1~2월의 대만과 인도네시아, 4월의 우리나라와 인도, 6월 EU의회선거, 11월 미국 대선 등으로 국내외 글로벌 제지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하지만 실제 선거용지 매출은 미미한 수준이고, 특히 선거관련 수출물량이 발생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한솔제지의 한 관계자는 "선거 특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면 된다"며 "시장규모가 작지만 업계가 신경을 쓰는 것은 이를 통한 매출보다는 투표용지의 특수성 때문에 기술력을 뽐내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투표용지는 한솔제지와 무림이 큰 차이 없는 수준에서 양분하고 있다. 자동개표기가 처음 도입된 2002년 이후 무림이 선점했지만 2006년부터 한솔제지가 가세해 양사의 기술력 자존심 대결의 장이 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요구하는 투표용지는 무게와 두께, 매끄러운 정도, 늘어지는 강도, 인주 흡수 속도 등 까다로운 품질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한솔제지의 'HANSOL투표용지'는 잉크도장의 건조가 빨라 인주 묻음이 적어 무효표를 예방할 수 있고 또 용지 표면의 정전기를 방지함으로써 이중급지를 막아 간추림 편의성을 향상시켜 쌓아놓거나 이동할 때 쓰러짐을 방지한다는 특성이 있다.
무림의 '네오투표용지'는 검수 및 판독 오류로 인한 무효표를 방지하고 정확한 투표 결과를 위해 특수 원료가 첨가된다. 유권자들이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고 접을 때 인주가 번지거나 뒤에 묻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정전기 방지 성분을 첨가해 100매씩 후보자별 투표용지를 분류하는 개표분류기와 투표용지 매수를 세는 자동계수기 등에서 투표용지 간 겹침 현상을 막는다. 다양한 투표용지 색 구현을 위한 수차례 염료 배합 시험도 거친다. 특히 무림은 자동계수 및 인주적용 성능향상을 위한 투표용지 제조방법에 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선거홍보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선거관련 용지수요도 감소하고 또 투표용지의 마진도 높지 않아 투표용지의 까다로운 기술적 조건을 충족하는 종이를 만드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핌DB] |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