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도 기각하면 어쩔 수 없이 학교로 돌아가야"
"죄책감 이기지 못해 더 많은 교수가 이탈할 수도"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의과대학 교수들이 "현명한 판단으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정지시키고 환자와 국민을 살려달라"며 의대 증원 집행정지 재항고 사건을 맡은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휴학이 3개월째 이어지는 현 상황에서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은 사태 해결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오세옥 부산대의대 교수협의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의대증원 행정소송 대법원 탄원서 접수 및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5.24 mironj19@newspim.com |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지난 16일 서울고법의 의대정원 증원처분 집행정지 항고심 판결에 '공공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과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 협의회장은 "필수의료와 지방의료 개선을 위해 시급한 의료개혁은 의대정원 증원 없이도 충분히 시행 가능하다. 필수의료 분야의 법적 안전망 강화, 의료전달체계 정비, 수련환경 개선을 통해 의대정원 증원 없이 즉각 시행 가능하다"며 "사회에 대한 다층적 이해 없이 의사 증원만으로 의료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공공복리에 심대한 위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문제는 기피와 선호에 따른 의사의 분포 문제이지, 총 의사 수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며 "한국에 비해 더 많은 의사수를 보유한 OECD 국가들에서도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 문제가 심각하다. 또 최근 필수과 전공의 이탈률이 급증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수련 도중 필수과 전공을 이탈하는 이유는 수련환경과 장래 불안에 기인한 것이지, 총의사수의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배장환 충북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도 "기존 대학과 병원의 교육, 진료 인프라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국립대학교 의과대학 정원을 일률적으로 200명으로 증원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법원이 이를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대법원은 부산대 의대생과 의대 교수, 전공의, 수험생 등 18명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입학정원 증원 처분 집행정지 신청 재항고 사건을 특별2부에 배당한 상태다.
'만약 대법원에서도 기각 결정이 나온다면 어떻게 할 계획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 협의회장은 "어쩔 수 없이 학교로 돌아가서 내년도에 학생들을 어떻게 수업해야 할지 고민할 것"이라며 "지금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올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배 위원장은 "교수들마다 조금씩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과 교수들은 지금 엄청나게 지친 상황이다. 응급 환자들을 모두 돌보려고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환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어쩌면 그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더 많은 교수가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대학입학전형위원회를 열고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심의·승인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오 협의회장은 "대교협은 결국 지나가는 절차일 뿐이고 대교협에서 브레이크를 걸어준다거나 현명한 판단이 나올 거라고 기대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