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택시 탑승순서 문제로 다투다 상해
1심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항소 기각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기초생활수급자의 국선변호인 청구를 특별한 이유 없이 기각하고 선고가 이뤄졌다면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다시 재판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상해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A씨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5월 인천 중구의 한 도로에서 자신이 탑승하려던 택시에 B씨가 먼저 탑승한 것이 화가 난다는 이유로 조수석 문을 열고 뒷좌석에 있던 B씨에게 삿대질을 하며 큰소리로 욕설을 했다.
이를 목격한 B씨 일행이 택시 쪽으로 달려와 "지금 뭐하는 거냐, 나오라"고 말하자 A씨는 또 화가 난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욕설을 하며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등 상해를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술을 마신 상태에서 피해자 일행에게 택시 탑승 문제로 시비를 걸면서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고 유형력의 행사 정도가 가볍지 않은 점, 피고인이 다수의 폭력 관련 형사 처벌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항소하면서 2심 재판부에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했다. A씨가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에 해당한다는 소명자료를 제출했음에도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에게 유리·불리한 여러 정상을 충분히 고려해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고 원심 판결 이후 양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변경도 발견할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피고인이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하면서 제출한 수급자 증명서 등 소명자료에 의하면 피고인이 빈곤으로 인해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2심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선변호인 선정 결정을 해 공판심리에 참여하도록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2심은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기각한 채 공판심리를 진행해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했다"며 "피고인으로 하여금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 결정했다.
형사소송법 제33조에는 변호인이 없을 때 반드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하는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중 제2항에서는 '빈곤이나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 피고인의 청구가 있으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