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부터 조선소 전반 스마트화 나선 조선업계
생산성 강화, 안전성 측면에서 호평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조선업계의 자동화와 AI 활용은 공정상 생산성 효율을 끌어올리거나 시운전 중 운항 시스템 점검, 품질 관리 등 관리 차원 활용에 한정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용접 등 자동화가 어려웠던 개별 공정 과정에도 일부 자동화가 적용되면서 생산성 강화 및 안전 작업 환경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 산업은 배에 따라 제품 구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표준화가 어려워 자동화가 느린 산업군 중 하나다. 이에 조선업계는 부분적으로 자동화 시스템을 먼저 구축한 후 인공지능(AI)을 통해 무인 자동화를 시행하는 방식으로 '스마트 조선소'를 구축하고 있다.
용접 부문은 통상 배 한 척에는 2000~4000회의 용접 작업이 필요하다. 용접은 대부분의 공정 과정에 삽입되는 만큼 자동화가 필수적인 부분이면서 타 공정 대비 자동화가 유리한 공정이기도 하다. 조선업계는 오래전부터 용접 자동화 기술을 연구해 왔고 그 결과 현재 로봇 용접 등 다양한 자동화 솔루션이 상용화돼 있다.
다만 동일한 패턴과 순서로 반복되는 용접과 달리 도장이나 성형 등 여러 공정이 제품 형태와 재질에 따라 유동적이기 때문에 전체 자동화가 어렵다는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업계 역시 이 부분을 인지하고 일부 로봇, AI 시연을 통해 꾸준히 자동화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키홀 플라즈마 배관 자동용접 장비(K-PAW)'를 자체 개발하고 조선업계 최초로 생산 현장에 적용했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삼성중공업] |
◆부분 자동화부터 속도…무인 위해 AI도 적용
삼성중공업은 '키홀 플라즈마 배관 자동용접 장비(K-PAW)'를 자체 개발하고 조선업계 최초로 생산 현장에 적용했다.
배관은 일반적인 판형 부재와 달리 구형으로 되어 있어 한쪽 면에서만 용접이 가능하기 때문에 배관 내부에 이면 비드(백비드)를 형성하는 초층 용접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 부분은 자동화 적용이 어려워 수동 용접에 의존해야 했고 기술자의 숙련도에 따라 품질이 달라져 어려움을 겪어 왔다.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구경 24인치 배관 용접 기준 기존 수동 용접보다 용접 속도는 3배 이상 빨라졌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배관을 사용하는 모든 산업에서는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두진 삼성중공업 로보틱스사업팀장은 "올해 말까지 AI를 활용한 자동 용접 오퍼레이팅 시스템을 개발해 현장 자동화·무인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부연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업계 중 가장 먼저 로봇을 투입한 곳이기도 하다. 삼성중공업은 2021년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건조 생산성을 개선하기 위해 '레이저 고속 용접 로봇'을 개발해 활용 중이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가상조선소 트윈 FoS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
◆인력난 해결 위해 가상 조선소·로봇 적극 활용
HD현대중공업은 미래형 조선소인 '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울산 조선소는 가상·증강 현실, 로보틱스, 자동화 및 인공지능 기술이 구현된 미래형 조선소로 전환될 예정이다. 현재는 FOS 프로젝트 1단계를 완료한 상태다.
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를 가상세계에 구현한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건조 현황과 공정 정보를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다. 내부 공정 과정에는 설계부터 실제 생산 과정까지 전부 녹아들었다. 현재까지 전 야드 기준 약 80% 가량의 정보를 디지털 및 가시화 달성에 성공했으며 이를 통해 중복 업무, 수작업을 줄일 수 있게 지원한다.
한화오션에서 개발중인 용접 로봇 '탑재론지 용접로봇'. [사진=한화오션] |
한화오션 역시 용접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탑재론지 용접로봇은 사람이 직접 용접 작업을 하기 어려운 밀폐된 공간에서도 스스로 철판을 이어 붙인다. 탑재론지 용접로봇을 비롯해 한화오션이 개발해 용접 및 가공 등 공정에 활용하고 있는 로봇은 총 10여개 분야 80여개에 달한다. 후행 공정 분야의 경우 조선업계 최초로 무레일 용접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조선업의 자동화는 숙련공 이탈, 신규 기술공 부족 등의 인력난 해결을 위한 필수적인 단계다. 특히 조선업이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수주가 대폭 늘어나 자동화와 AI 전환에 대한 니즈는 커지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종사자는 현재 9만 3000명이다. 초호황기였던 지난 2014년(20만 3000명)과 비교해 54% 줄었다. 올해 국내 조선업계는 올 1분기 작년 동기보다 41% 증가한 136억달러(한화 약 18조 7000억원)를 수주했다.
조선소의 자동화로 인해 거둘 수 있는 가장 큰 성과는 생산성과 안전성 향상이다.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생산 속도를 증가시키고, 인력을 고부가가치 작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밀한 작업과 실시간 품질 모니터링을 통해 생산 품질을 개선하고 오류를 줄이며 재작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위험한 공정 작업들이 자동화되면 사고를 줄이고 작업자 안전을 확보하며 작업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면에서 중대재해 예방 효과까지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bea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