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원료 관리 대상 vs 리튬 배터리 '사각지대'
정부, 금속화재 소화약제 개발 및 세부대책 검토
배터리 업계, 화재예방·안전관리 규정 마련해야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지난달 24일 경기 화성의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리튬 배터리 관리 법령이 미비하고 산업현장의 안전규칙 준수 여부 관리·감독은 부실한 제도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현행 위험물안전관리법은 원료로 사용되는 리튬 금속만을 관리한다. 완제품인 리튬 배터리의 경우 관리 방법을 구체화한 법령이 없다. 2022년 만들어진 전기저장시설의 화재안전성능기준은 용어 설명과 스프링클러 설치 등 기본적인 내용으로 구성됐다.
양가희 경제부 기자 |
주요국은 리튬 배터리 공장의 화재위험을 낮추기 위해 최근 지속적으로 규제를 강화했다. 미국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설치 지침'(NFPA 855)을 지난해 개정해 배터리 열 폭주로 인한 2차 폭발 방지, 저장시설 설치 장비, 배터리 설치 위치, 소방 활동시 고려사항 등 구체적인 안전 기준을 마련했다.
이번 리튬 배터리 사고로 덩달아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 폭주에 대한 걱정도 늘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일회성으로 사용하는 일차전지 리튬 배터리와 달리 충전 사용이 가능한 이차전지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대표적 사용처는 전기차, 스마트폰 등이다.
일본은 지난해 1월 소방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리튬이온 배터리를 다루는 실내 시설의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규정을 마련했다. 개정 시행령에는 완전 충전된 리튬이온 배터리가 화학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점을 고려해 창고 등에 저장되는 배터리는 충전 수준을 60% 미만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우리 정부는 이번 사고 이후 리튬 배터리 등 화학물질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소화약제를 새로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리튬이나 알루미늄 등 가연성 금속이 연소하는 금속화재는 기존 소화기로 진화하기 어렵다. 또 리튬배터리 공장 안전시설 현황을 먼저 점검하고 세부대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산업현장에서 안전 대책이 제대로 실행되도록 평소에 살피고 효과적인 금속화재 진압 대책을 만드는 등 사고 예방과 대응 단계 모두 사업장 안전 강화를 위한 범부처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규제가 쏟아지는 것도 문제다. 섬세한 조율 없이 여러 규제가 난립할 경우 기업 부담이 늘고 정부 행정력도 낭비되지만 실제 규제해야 할 것은 못하는 종합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업계가 경각심을 가지고 규제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도 있다. 자율 규제가 정밀하게 작동한다면 정부 규제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의 '855' 규정은 산업계와 소방 관련 연구기관 등으로 구성된 비영리민간단체 국가화재예방협회(NFPA)를 주축으로 만들어졌다. 우리 기업도 전체 업계 차원의 자정작용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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