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전회 '시진핑 중국방략' 제시
자본아닌 사람 우선의 대동사회
세계질서 주도 사회주의 선진국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에는 사회 계층으로서 농민공(农民工) 이라는 독특한 신분이 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가 도시나 향진(乡镇, 읍면)으로 나와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주로 택배나 건축 일, 가정도우미, 환경미화원 등 육체 노동에 종사한다.
도시 기능의 큰 축을 담당하지만 사회적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의료 교육 주택 등 사회 보장에서 철저히 소외돼 있다. 어떤 면에서는 미국의 외국인 불법 체류자 처지와 닮은 점이 많다.
더러 대학교를 졸업한뒤 외지 대도시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절대적인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중국 통계당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의 전체 농민공 수는 2억 9753만명에 이른다.
이들 농민공중 상당수는 자신의 출생 성시(省市)가 아닌 다른 성시 출신 노동자(1억 7천여만명)인데 거주 이전의 자유 제한으로 호구(户口, 주민등록지)를 옮기지 못하다 보니 의료 자녀교육 등 기초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서 살아간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베이징 상가에서 농민공 택배기사가 휴대폰 앱을 들여다 보며 길을 걷고 있다. 사진=뉴스핌 촬영. 2024.07.23 chk@newspim.com |
농민공들은 호구가 없는 관계로 원칙상 상주하는 도시의 의료보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또 상주 도시에서 자녀 입학이 안되기 때문에 결혼한 농민공들은 자녀를 농촌 부모에게 맡겨 양육해야한다. 이때문에 명절때나 잠깐 만날뿐 자녀가 성인이 될때까지 생이별을 해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열악한 생활환경과 취약한 사회보장 시스템은 상당수 청년 농민공들이 결혼을 단념하고 단신으로 무료하게 살아가는 큰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 공산당은 2024년 7월 20기 3중전회에서 '중국식 현대화'를 큰 기치로 내걸고 300개 항의 개혁조치를 담은 '결정' 문건을 통과시켰다.
다소 추상적 개념의 '중국식 현대화'는 시진핑 총서기겸 국가주석이 2022년 10월 20차 당대회에서 제기한 서구와 다른 중국 독자 방식의 발전 노선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식 현대화가 산업화나 선진화 이상의 광범위한 개념으로서 장구한 역사적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식 현대화는 경제 사회발전, 제도와 가치 이념 등에 있어 서방과 차별화 되는 중국 독자의 길이다. 이 노선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서방세계가 주도해온 공업 현대화 방식과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중국 시진핑 지도부는 특히 미중간에 전략적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최근 시점에서 중국식 현대화를 유난히 강조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농민공 박물관. 사진=뉴스핌 촬영. 2024.07.23 chk@newspim.com |
'일대일로' 도 중국식 현대화 노선의 실천 전략이라고 할수 있다. 중국은 중국식 현대화가 세계 공동발전과 평화번영, 세계의 현대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식 현대화가 '자본' 중심의 서방식 노선이 아닌 '사람(인민)' 중심의 경제 사회 발전 전략이라고 밝히고 있다.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 기본 실현.' '2050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
중국은 국가 발전 로드맵에서도 중국식 현대화 노선에 의거해 경제 성장의 긍극적인 목표가 사회주의의 본질인 공동 부유라고 강조한다.
20기 3중전회가 통과시킨 '결정'의 300개 개혁 항목중에는 공동부유 실현과 관련한 중국식 현대화의 실천적인 조치가 명시적으로 언급돼 있다.
'결정' 문건은 도시 상주 농민공들에 대해 거주지 호구를 제공해 시민자격을 부여하고 의료와 양로(국민연금)보험, 자녀 교육, 주택 등 공공 서비스 혜택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4년 여름 열린 공산당 3중전회를 계기로 대도시들 사이에 호구 제도 개선이 급물살을 타면서 그동안 도시 유민이나 다름없었던 농민공들의 경제사회적 지위(시민화)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후면에 공동부유라는 구호를 써 붙인 친환경 버스가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서호 관광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 뉴스핌 촬영. 2024.07.23 chk@newspim.com |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