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6개 제약사 벌금 3000만~7000만원
2심 "고의성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워"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국가 조달 백신 입찰 과정에서 들러리 업체를 세워 담합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6개 제약사와 업체 임직원들이 2심에서 모두 무죄로 뒤집혔다.
서울고법 형사3부(이창형 부장판사)는 23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녹십자·유한양행·광동제약·보령바이오파마·SK디스커버리·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또 함께 기소된 이들 업체 영업 담당 임직원 7명에 대해서도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로고 [사진=뉴스핌DB] obliviate12@newspim.com |
재판부는 "당시 입찰은 백신 제조사나 수입사로부터 공급확약서를 발급받은 업체만 낙찰받을 수 있는 구조였는데 백신 공동 판매사가 아닌 제3의 업체가 공급확약서를 발급받을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 각 입찰에서 공동 판매사와 들러리 업체를 비롯한 다른 업체들 간 실질적인 경쟁관계가 존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들러리 유무는 해당 입찰이 '단독 입찰로 인해 유찰될지' 또는 '낙찰될지' 여부만 결정할 뿐, 그 외의 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들의 공동행위로 가격 등 거래 조건에 영향을 주거나 줄 우려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부연했다.
또 "이 사건 행위는 입찰 절차를 통해 수차례 유찰되는 것을 방지하여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의 진행에 필요한 제반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자 후생에도 부합하는 등 효율성·공공성 증대 효과도 가져왔다"며 "피고인들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당시 촉박했던 NIP사업 일정을 맞추기 위해 질병관리본부 담당자들이 백신 공동 판매사 담당자들에게 빠른 낙찰을 종용 내지 압박했다"며 "피고인들이 들러리를 세운 행위는 NIP사업 대상 백신의 적시 공급의 필요성, 그에 관한 질병관리본부의 압박 내지 종용으로 신속하게 입찰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함이었던 것이 배경"이라고 했다.
입찰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피고인들의 행위로 이 사건 각 입찰에서 공정한 자유 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상태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인정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 2016년~2019년 다른 도매업체를 들러리 세우는 방식으로 국가 조달 백신 입찰에 참여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자궁경부암 백신인 GSK의 서바릭스(HPV2), 한국MSD의 가다실(HPV4) 입찰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경쟁이 존재하는 유효한 입찰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들러리를 세워 참여한 행위는 적법하고 공정한 경쟁을 해하는 입찰방해에 해당한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어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의 입찰 공정을 해하는 것으로 국가의 예산 낭비와 공익을 해하는 범죄"라며 "백신 독점 제조사들과 의약품 유통업체의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담합으로 피고인들이 얻은 매출액도 상당한 액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SK디스커버리·광동제약에 벌금 3000만원, 보령바이오파마·유한양행에 벌금 5000만원, 녹십자·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벌금 7000만원을 각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들 업체 영업 담당 임직원 7명에게는 벌금 300만~5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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