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100만원 벌금형
헌재, 공직선거법 93조 등 일부 헌법불합치결정
대법 "문서 살포 부분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 침해 여지 있어"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보궐선거를 앞두고 '문서 살포' 방식으로 특정 후보에 대한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재개발추진위원장이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앞선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볼 때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커, 이에 대한 심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김씨는 증산6구역 재개발추진위원장으로 같은 구역에서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는 다른 주민단체와 갈등을 겪었다. 그는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A의원을 만나 재개발 추진에 대한 애로 사항을 전달했고, 며칠 뒤 '국민의힘 A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도시정비활성화' 특보 임명장을 받았다.
이후 김씨는 A후보가 당선될 경우 본인이 추진하는 민간 재개발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 같은 해 4월 5일 '소식지'라는 제목으로 'A후보 시장되면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 등의 내용이 기재된 문서 약 300장을 주변 42개 건물의 우편함에 투입했다.
검찰은 김씨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김씨의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배포한 문서의 내용과 배부·살포의 시기 및 방법, 그 지역과 대상, A후보의 특보로 임명된 사정 등을 종합하면, 단지 A후보의 재개발 정책 등을 알리는 것을 넘어 실질적으로는 A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해 보궐선거에서 유리한 영향을 받게 할 목적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2심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앞선 헌재의 공직선거법 일부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2심이 이 사건에서도 위헌 여부 등을 심리·판단했어야 했다고 본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93조는 '누구든지 선거일 전 12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 등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헌재는 2022년 7월 해당 조항 중 '벽보 게시, 인쇄물 배부·게시'에 관한 부분 및 같은 법 제255조 제2항 제5호 중 '제93조 제1항 본문의 벽보 게시, 인쇄물 배부·게시'에 관한 부분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했다.
헌재는 이후 지난해 3월에도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본문 중 '인쇄물 살포'에 관한 부분 및 제255조 제2항 제5호 중 '제93조 제1항 본문의 인쇄물 살포'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선고한 바 있다.
대법원은 "각 헌법불합치결정의 이유는 구 공직선거법 각 부분이 후보자 및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크게 제한하면서도 규제기간을 합리적인 기준 없이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의 장기간으로 정하고 있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원심이 김씨에 대해 적용한 '문서 살포'에 관한 부분은 헌재 결정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지만, 각 헌법불합치결정에서 헌재가 밝힌 이유와 같은 이유에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심으로서는 구 공직선거법 문서 살포에 관한 부분의 위헌 여부 또는 그 적용에 따른 위헌적 결과를 피하기 위한 공소장 변경 절차 등의 필요 유무 등에 관해 심리·판단했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