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고발사건 무혐의…檢 기소하자 징계
법원 "부실 수사 단정 못해" 감봉 3개월 취소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스타항공 채용비리'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했다는 의혹을 받은 담당 경찰관에 대한 징계 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A경감이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감봉 3개월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서울 강서경찰서 수사팀장으로 근무하던 A경감은 2021년 4월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이 고발한 '이스타항공 채용비리' 사건 수사를 담당했다. 이스타항공 채용비리 사건은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이 2014~2015년 뇌물을 받고 채용기준에 미달하는 승무원 응시자들을 부정채용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이다.
A경감으로부터 사건을 배당받은 B경위는 수사를 진행한 뒤 같은 해 10월경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하겠다는 취지의 수사결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B경위는 서울경찰청장의 수사 지휘로 보강수사를 거쳐 '고발의 진위가 불분명하고 피의자들의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내용의 최종 수사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다. 강서경찰서는 이듬해 3월 이 전 의원 등에 대해 불송치 결정했다.
강서경찰서는 이 전 의원 등에 대해 불송치를 결정했고 고발 단체가 이의신청을 내자 서울남부지검은 재수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B경위는 채용비리 사건을 재수사한 후 2022년 6월경 불송치 결정을 유지한다는 재수사 결과를 통보했다.
서울남부지검은 당시 이 전 의원의 횡령·배임 등 혐의를 수사하던 전주지검으로 채용비리 사건을 이송했다. 전주지검은 압수수색을 통해 부정채용 관련 증거들을 확보, 같은 해 11월 이 전 의원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서울경찰청장은 채용비리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되자 A경감과 B경위에 대한 수사 감찰에 착수했고 지난해 2월 A경감에게 감봉 3개월, B경위에게 감봉 2개월의 징계 처분을 했다.
A경감이 수사에 대한 전반적인 지휘·감독 업무를 소홀히 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 징계사유였다.
이에 불복한 A경감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채용비리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징계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선 수사 담당자인 B경위가 수사 지휘나 재수사 요청에 따른 사항을 대부분 이행했다며 수사가 진척되지 않았던 것을 B경위의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당시 피의자들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어 범죄사실의 일부조차 특정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채용 관련 서류의 소재마저 파악되지 않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수사지휘에 따른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B경위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A경감이 상급자로서 수사 지휘·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는 B경위 등에게 이스타항공 사무실 압수수색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라는 지시를 했고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논의하는 방식으로 지휘·감독했다"며 "재수사 요청에 따라 사무실에 직접 임장을 가 인사시스템을 확인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전주지검이 사건을 이송받은 지 약 한 달 만에 이스타항공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이 전 의원을 기소한 것은 이미 2021년경부터 관련 수사를 진행한 이력이 있어 정보력이 다른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결과에 대한 사후적 평가만에 의한 징계는 수사권을 자칫 소극적·수동적으로만 행사되도록 해 수사기관 본연의 직무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상 직업공무원 제도의 전제 원리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서울경찰청장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A경감에 대한 감봉 처분 취소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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