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국토위, 첫 여야합의 '물꼬'…단독 강행처리와 거부권 반복 정쟁에 지친 국민들에게 '단비' 선사
여야 합의로 전세사기피해자에게 실질적 지원 구체화 의미 있어…국토부 숨은 노력 '공'도 있어
내친 김에 국토위서 재초환·분상제·임대차2법 재논의 필요
국토부 '반쪽 공급' 되지 않으려면 여야합의 이끌어 낼 적극적 대안 마련 나서야
[서울=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지난 21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이 여야합의로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를 두고 단비를 반기듯 긍정적 평가가 쏟아진 것은 당연지사. 22대 국회가 개원한지 82일 만에 여야가 드디어 합의를 이룬 첫 법안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낙찰받아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제공토록 하는 '전세사기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상임위 소위를 통과했다. 권영진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법안을 여러 차례 상정해 통과시켰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그 때마다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맞서는 게 반복돼 왔다. 국민들은 정치에 대해 느끼는 염증이 극에 달할 시기였다.
한 치도 물러섬이 없는 대치정국 속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정치력을 발휘해 '첫 물꼬'를 텄다는 점은 분명 국민들의 박수를 받을 일이다.
전세사기특별법이 민생법안임에도 여야가 날선 공방을 벌이는 쟁점법안이었다. 이 역시 지난 21대 국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귀결됐었다.
야당의 입장에선 전세사기가 급증하면서 피해자들이 재산적 손해 뿐 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받는 현실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심지어 '극단적 선택'까지 속출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여러 차례 벌어지면서 여론은 악화일로였고, 정부의 잇따른 전세사기 대책 발표에도 피해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던 터이다. 그만큼 파격적 지원을 담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을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전세사기피해자에 대한 '빠른 선(先)구제 후(後)회수' 문제는 재정이 많이 들고 또 분쟁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특히 이를 마련할 재원을 주택기금으로 활용토록 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여당과 정부의 완강한 반대에 부닥치면서 답보 상태로 흐를 수 밖에 없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소신을 걸고 이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다.
박 장관은 대신 정부안 카드를 꺼내들고 적극적으로 여론전을 펼쳤다. 정부안의 핵심은 선구제 후회수를 제외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주택을 매입해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장기 임대로 제공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LH가 피해주택의 선(先)경매에 나서 '경매 차익'도 피해자들에게 돌려 줄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제시한 것이다.
국토부의 숨은 노력도 칭찬하고 싶다. 국회 안팎에서 지속적인 설득과 적극적인 설명에 나서 공을 들인 결과 야당이 이를 받아 들이면서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합의안은 피해자의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더욱 구체화됐다. 전세사기 피해자 범위도 최대 7억원 보증금까지 인정되고 이중임대차계약 피해자와 신탁사기도 지원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공공임대주택에서의 장기거주도 10년+10년이 가능토록 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긴 하나 그나마 국회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니 제대로 된 '전세사기특별법'이 나왔다는 점이 다행스럽고 긍정적이다.
선순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민생법안들도 봇물 터지듯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일명 '구하라법(민법 개정안)'과 '저출생 대응 패키지 4법' 중 하나인 '일·가정 양립 지원법' 등 9개 민생 관련 법안도 여야 합의로 이번 주 본 회의를 통과할 것이라고 하니 정치 복원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내친 김에 국토부와 국회 국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더욱 솔선해서 나서 주길 기대하는 법안들이 적지 않다. 현재 계류 중이거나 개정이 필요한 민생법안들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분양가상한제(분상제)는 대표적으로 폐지되거나 대폭 개편돼야 할 법안 내용들이다.
현 상황에선 도심공급의 걸림돌이면서 '똘똘한 한 채'와 '청약 로또'의 폐해 또는 부작용을 드러내는 제도이다. 야당은 '부자 특혜'라는 정치적 논리 보다는 주택공급 관점의 민생법안으로 접근해서 정부와 여당과 머리를 맞대 줄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서울 집값의 급등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에 대해서도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현 야당이 반드시 적극 나서줘야 할 책임이 있다.
정부가 아무리 주택 공급에 진심이라도 정치적 논리에 매몰된 법안이 그대로 지속될 경우 '반쪽 공급'에 그칠 공산이 크다. 국토부 등 정부는 야당과의 합의를 이끌어 냈던 전세사기특별법 정부안과 같이 적극적인 대안과 설득에 나서줘야 한다. 야당의 반대 때문이라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립서비스만 하고 뭉개고 있을 때가 아니란 얘기다.
dbman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