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레바논에서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삐삐)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해 최소 12명이 숨지고 3000여 명이 부상한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가 거론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군 정보 부대인 '8200(팔이백)부대(Unit 8200)'가 기술 개발에 참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위 레바논 안보 당국자는 로이터에 이번 작전은 모사드가 계획했고, 헤즈볼라가 몇 달 전에 주문한 약 5000대의 호출기에 폭발물을 심은 것도 모사드라고 알렸다.
노트북 하는 남성과 사이버 코드 일러스트 이미지.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러나 약 1년 이상 걸린 이번 작전의 기술적인 측면은 8200부대가 관여했다고 익명의 한 서방 안보 당국자가 귀띔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삐삐 폭발 사건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지만 호출기 제조 공정에서 소량의 폭발물을 심는 기술을 고안해 성공시킨 8200부대에 관심이 주목된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8200부대의 숫자는 히브리어로 '시모네 메타임'으로, '팔천이백'이 아닌 '팔이백'으로 읽는다. 이스라엘이 건국한 1948년에 암호 해독과 정보 수집 활동을 위해 탄생한 8200부대는 미 국방부 산하 정보 기관인 국가안보국(NSA), 영국 도·감청 전문 정보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와 비교될 정도로 이스라엘 국가 안보의 핵심 부대다.
신호 정보 수집부터 대규모 데이터로부터 유용한 정보를 추출하는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사이버 공격 등을 담당하는 정예 부대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 감시도 담당한다.
부대의 활동 및 작전은 기밀이어서 확인할 수 없지만 8200부대의 작품으로 거론되는 대표적인 사건은 2010년 10월 미국과 이스라엘 공동 작전인 스턱스넷(Stuxnet) 바이러스 공격이다.
이란 나탄즈 핵 시설에 설치된 원심분리기를 통제하는 특수 컴퓨터 수천 대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이란의 원심분리기 수천 대 중 절반을 멈추게 했다.
스턱스넷은 원심분리기만 파괴하게끔 설계된 바이러스라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것으로 평가받는데,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곳이 8200부대다.
이밖에 2017년 레바논 국영 통신사 오게로(Ogero)에 대한 사이버 공격, 2018년 호주에서 아랍에미리트(UAE)로 가는 민간 항공기를 표적으로 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IS)의 공격을 저지한 사건 등이 8200부대의 업적으로 꼽힌다.
부대 병력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정보기술(IT) 인재들로 구성된다. 일부는 고등학교 프로그램으로 발탁된다. 8200부대 복무자들은 군 지정 대학에서 4년간 교육을 받고 군에서도 동일 전공 분야에서 4년간 연구 개발을 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 특허를 출원할 수도 있는데, 부대 문화는 자유롭고 창의성을 촉진하도록 설계된, 흡사 스타트업과 비슷하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8200부대 출신 창업자가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에서 8200부대 출신이 설립한 기술 기업은 1000개가 넘으며, 이 중 상장사는 최소 5곳으로 기업 가치는 160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사이버 보안 관련 엔지니어 인재들이 많아 실리콘밸리에서 탐내는 인재 창고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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