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평균 3배 많아...미래에셋만 판매 펀드도 존재
서유석 금투협회장, 디딤펀드에 모든 역량 쏟아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미래에셋증권이 경쟁사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디딤펀드 판매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 출신인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을 제외한 모든 자산운용사의 디딤펀드 상품을 판매 등록했다. 디딤펀드 전체 25개 중 24개나 판매한다. 이는 업계 평균(6.9개) 대비 3배 가량 많은 수준이며 NH투자증권(3개)·한국투자증권(7개)·삼성증권(9개)·KB증권(11개) 등 다른 대형사들과도 큰 격차를 보였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사진은 발언 중인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의 모습 2023.03.02 hwang@newspim.com |
디딤펀드는 서유석 금투협회장이 가장 공을 들인 사업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이례적 디딤펀드 라인업 확장을 두고 '미래에셋 출신' 서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 회장은 미래에셋증권의 초창기 멤버로 합류한 이후,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을 역임했다. 미래에셋그룹에 근무한 기간만 20년에 달한다.
통상 증권사는 상품설정위원회 등 자체적인 평가 시스템을 통해 상품 수익성과 적정성을 따진 후 펀드 판매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서 회장과 같은 업계 내 '명사'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대형사 관계자는 "양질의 금융투자상품,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 등 좋은 취지로 시작된 것과는 별개로 디딤펀드도 엄연한 금융 상품"이라며 "금융 상품을 심의하는 데 있어 인적 네트워크로 인한 영향력이 없다고 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다수 증권사들이 10개 미만의 상품을 판매하는데 유독 미래에셋증권에서 24개에 달하는 상품을 판매하는지 의아스럽다"고 덧붙였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펀드 상품 출시를 위해서 지점 인원 교육, 홍보 마케팅 등 적잖은 비용이 든다"며 "그렇기에 한 번에 특정 상품을 대거 등록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서 회장이 요청한 디딤펀드 판매 루트 다각화에도 응했다. 보통 자산운용사가 상품 개발하고 은행·증권사가 판매하는 방식이 기본적인데, 서 회장은 디딤펀드 상품은 최소 1개씩의 판매 루트를 확보할 수 있도록 증권업계에 주문한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판매 등록 증권사 수가 3개 미만인 저인기 운용사 상품 5개(DB, 대신, 마이다스에셋, 에셋플러스, 우리자산, 현대인베스트먼트)를 라인업에 포함했다. 특히 대신자산운용이 출시한 디딤펀드는 미래에셋증권이 없었다면 판매 증권사가 전혀 없을 뻔했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의 공격적인 디딤펀드 등록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수익성 등 기본적인 요건이 검증되어야만 소비자 편익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허준삼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계열사나 인적 네트워크 등을 통해 펀드 상품을 등록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등록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수익 등 객관적인 운용 결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펀드 투자 역사가 20~30년이 된 현재,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 노하우도 많이 축적됐다"며 "상품 등록에만 집중했다가는 금융 소비자의 빈축을 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측은 "디딤펀드의 판매 경로 다각화를 위해서 많은 펀드들을 등록한 것일 뿐 별다른 의도는 없다"며 "서 회장과도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디딤펀드란, 원리금 상품 중심인 퇴직연금 시장에 양질의 금융투자상품을 공급하고 수익률을 높이려는 취지로 금투협이 조성한 공동 브랜드다. 서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금투협의 중점 과제로 꼽혔던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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