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에 13조원 규모 배터리 공급 '잭팟'...전기차 캐즘에도 잇단 수주
7월에는 르노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 계약...韓 업체중 처음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 장기화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잇단 수 조원대 배터리 공급 계약으로 캐즘 극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선 내년부터 실적이 조금씩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연말 미국 대선 결과에 때라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 점은 실적 회복의 변수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 시 보조금을 축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포드에 13조원 규모 배터리 공급 '잭팟'...전기차 캐즘에도 잇단 수주
17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포드와 총 109GWh 규모의 전기 상용차 배터리 셀·모듈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제품은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전량 생산될 예정이다.
매출 규모는 계약상 공개되지 않았지만 배터리업계에선 셀 시장가격 등을 통해 보수적으로 13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09GWh는 대략 일반 전기차 130~140만대, 전기 상용차 기준 약 100만대 가량의 전기차에 쓰일 수 있는 양이다.
지난 7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개최된 LG에너지솔루션 첫 비전공유회에서 CEO 김동명 사장이 비전 및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계약상 세부적인 계약금액과 공급 모델에 대해선 밝힐 순 없다"며 "포드와의 대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통해 수주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폴란드 공장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8일 메르세데스벤츠와 10년간 50.5GWh 규모의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 체결을 발표한 바 있다.
◆ 7월에는 르노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 계약...韓 업체중 처음
또 지난 7월에는 프랑스 르노(Renault)의 전기차용 파우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공급 기간은 2025년 말부터 2030년까지 총 5년이며 전체 공급 규모는 약 39GWh다. 이는 순수 전기차 약 59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중국 업체들이 독주하고 있는 차량용 LFP 배터리 분야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가 공급 계약을 맺은 회사는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잇단 조 단위 배터리 공급 계약 발표로 전기차 캐즘 극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8일 올해 3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6조8778억원, 영업이익 448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4%, 38.7% 줄었다.
미국 IRA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제도(45X)에 따른 세제 혜택 4660억원을 제외할 경우 1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상황은 좀더 지켜 봐야 하겠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대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은 그 자체로 업계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소식"이라며 "LFP배터리와 같은 중저가형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원가 절감을 통해 현재 위기를 극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