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역외에 '송환 허브' 구축 모색해야"
17~18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중점 논의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의 지도자들 중에서 이민·망명자들의 신청을 해외에서 처리하도록 역외에 송환 센터를 설치하는 방안을 지지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동·아프리카 등에서 육로와 바다를 통해 유럽으로 들어오려는 이민·망명자들을 역내에 들이지 않고 일단 유럽 바깥으로 내보낸 다음 깐깐한 심사를 거쳐 일부만 받겠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17~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이민 문제를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가디언은 이날 "EU 관계자들은 목요일(17일)에 열리는 EU 정상회담과 관련, 이민 문제에 대한 집중적인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며 "최근 EU는 외부 국경 통제를 위한 더 강력한 조치에 대한 합의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회의를 앞두고 EU 회원국 정상들에게 편지를 보내 "역외에 '송환 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편지에서 "우리는 EU 외부에서 (이민·난민 신청을 다룰) '송환 허브'를 개발해야 한다는 아이디어와 관련해 가능한 진척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EU 외교관은 "불과 1~2년 전만 해도 EU 집행위원장이 이런 제안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면서 "유럽의 생각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U 국경 관리 기관인 프론텍스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EU 동부 육로 국경을 통해 EU에 이민 등을 신청한 사람은 모두 1만3195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92% 늘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비롯한 유럽 정상들은 이탈리아·알바니아 모델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는 작년 발칸반도에 있는 알바니아와 협정을 체결해 880명의 망명 신청자를 수용할 수 있는 3개의 망명 센터를 설립했다. 주로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넘어오는 이민·망명자들을 바다에서 구출하면 곧바로 알바니아에 있는 망명 센터로 보내 적격성 등을 심사한다.
이탈리아 내무부는 지난 14일 "방글라데시 출신 10명과 이집트 출신 6명 등 총 16명을 지중해 해역에서 구조해 알바니아 망명센터로 보냈다"고 발표했다.
체코의 페트르 피알라 총리는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주요 정책인 이 협정이 EU의 모델이 될 수 있다"면서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우리도 제3국과 비슷한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U 정상들은 망명이 거부된 사람들의 추방을 가속화하고, 아프리카·중동 등 국가에 원조 또는 무역 거래를 조건으로 자국 출신 이주·망명 신청자를 다시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가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가디언은 "이 같은 '혁신적 솔루션'을 지지하는 EU 국가 그룹은 국제법을 우회하거나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원한다"면서 "이탈리아와 덴마크, 네덜란드가 주축이 된 이 그룹에는 약 12명의 각국 정상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