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7건 승인 신청…산업부, 모두 기한 넘겨
"정부가 수출기업에 갑질하냐"…국감서 지적
안덕근 장관 "엄중하게 인식…기간 단축 노력중"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국가핵심기술을 활용해 수출하는 기업들은 사전에 정부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법정 통보기한이 45일인데 최장 400일까지 소요되면서 정부가 오히려 수출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국감에서도 지적이 반복됐지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수출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9일 산업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해 각 기업으로부터 총 27건의 수출 승인 신청을 받았으나 이 중 단 한 건도 정해진 기한 내 심사 결과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
현행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핵심기술을 외국기업 등에 매각 또는 이전하는 방법으로 수출하려는 경우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일 장관이 국가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할 시 기업들의 활동에 중지·금지·원상회복 등을 명할 수 있다.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은 장관이 기업들로부터 수출 승인 신청을 받았을 때 접수일로부터 45일 이내에 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신청인에게 결과를 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승인을 신청한 국가핵심기술에 대해 기술 심사가 따로 필요한 경우, 이에 소요되는 일수는 45일 내에 산입하지 않는다.
하지만 산업부는 지난해 심사 결과를 최소 48일에서 최장 426일 지나서야 신청 기업들에 통보했다. 2022년에는 신청된 20건 모두 91~273일이 지난 뒤에야 결과를 전했다. 2021년에도 신청 건수 22건 중 절반을 넘는 13건이 67~256일 지나 승인 통보됐다.
이와 같은 문제는 지난 7일 산업부 국정감사에서도 화두에 올랐다. 이날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은 "여러 기업인으로부터 얘기를 들었는데, 국가핵심기술 수출을 승인하는 산업기술보호협회에서 '갑질'을 한다고 한다. 한번 잘못 찍히면 승인 심사를 제대로 받을 수 없고, 계속 서류를 돌려보낸다고 한다"며 "산업기술보호법에서 수출 승인 법정 기한을 45일로 정했으나 실제로는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10.24 pangbin@newspim.com |
이에 대해 안덕근 장관은 "상당히 엄중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산업기술보호협회의 상황을 다시 한번 점검하겠다"며 "(심사 과정에서) 자료들이 더 필요해 늦어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이렇게 과도하게 지연이 돼서는 안 된다. 갑질 관련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대답했다.
산업부는 수출 승인 기간이 늦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지만, 해당 문제가 '갑질'과 관련된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기업으로부터 신청이 들어오면 어떤 국가핵심기술인지를 살피고 절차대로 진행한다. '갑질'하는 사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위원회 내 일부 위원들과 어떤 실랑이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유출 위험이 없다면 최대한 편의를 봐줘서 승인을 빨리 진행하자는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산업부는 승인 통보 기간이 법정 시한인 45일보다 길어지는 것은 심사 과정에 있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단축하기 위한 여러 개선책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간에 자료를 보완하는 과정 등이 있어 (심사 기간이) 길어진 사례들이 많다. 지난해부터 계속 기간을 단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건별로 했던 심사를 포괄적으로 같이 심사하는 것으로 방식을 바꿨고, 위원회도 최대한 자주 여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 들어 현장 불만이 많이 해소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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