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측 모친 및 한미약품 경영진 고발
고발전, 표심 확보에 불리하다는 시각도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싸움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창업주 장·차남은 모친에 이어 한미약품 경영진을 고발하고 나섰다.
경영권 싸움의 분수령이 될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자 고발을 통한 여론전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전날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그룹사 고위 임원 3명, 사모펀드인 라데팡스파트너스 김남규 대표 등 5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배임·횡령)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같은 날 라데팡스파트너스는 송영숙 회장 및 임주현 부회장 모녀 측 지분 3.7%를 매수하고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라데팡스는 올 초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제안하기도 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날 한미약품은 박 대표와 박모 사내이사가 임 대표로부터 고발당한 사실을 공시했다. 공시에 적시된 횡령 등 혐의 금액은 81억여원이다.
한미사이언스는 구체적인 고발 혐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으며, 횡령 액수는 공시된 금액 외에 나머지 피고발인들에 대해 추가로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일선 경찰서가 아닌 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5일에도 3인 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을 업무 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의결권 위임 대행사를 통해 한미사이언스 로고를 무단 사용하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유포했다는 이유다.
같은 날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측은 모친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3년간 한미약품이 가현문화재단에 120억원을 기부했다는 이유다. 이사회 결의 없이 기부금을 제출한 사항을 문제 삼았다.
형제 측의 잇따른 고발은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여론전으로 풀이된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로고 무단 사용이나 허위 정보 유포는 주주들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사실 관계를 엄중히 따져야 할 것"이라며 "다만 일정 규모 이상의 소송을 제기할 경우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해 절차 위반 여부를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3년간 120억원 정도의 기부금을 지출했다면 보통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지만, 경영 판단의 원칙에 따라 회사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결정은 손해가 생기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긴 하다"며 "한미약품 측에서 120억원의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모니터링이나 보고 절차 등을 거치지 않고 관여도 없었다면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고발을 통한 여론전이 오히려 표심 확보에 불리하다는 시각도 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발을 통해 여론전을 펼치려는 의도로 보여지지만, 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주주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 같진 않다"며 "가족을 상대로 한 무차별적인 고소·고발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미약품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너무나 급변했다"며 "소액주주가 모녀를 지지했다 철회하고,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사는 형제 측의 손을 들어준 상황에서 소액주주의 표심과 분쟁의 결말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