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가수이자 화가이자 작가인 조영남이 최근 '쇼펜하우어 플러스'(문학세계사)를 내놨다. '괴짜 철학가 조영남 쇼펜하우어를 만나다'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조영남 식으로 해석했다. 조영남은 자유분방 하면서도 다재다능 하다는 평가와 더불어 유아독존, 천방지축의 이미지로 가끔씩 평지풍파를 일으킨다. 세상으로부터 잊혀질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의 예술은 늘 현재 진행형이다. 조영남이 18일 오후 4시 뉴스핌 유튜브 채널인 KYD '셀럽에 길을 묻다'에 출연해 우리 시대 청년들을 향한 메시지를 전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가수 조영남이 서울 여의도 뉴스핌TV 스튜디오에서 삶과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24.12.18 oks34@newspim.com |
조영남은 세대와 나이를 구분하는 것, 나이 먹었다는 이유로 젊은 세대에게 조언하는 일 따위를 '극혐'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의 삶 자체가 파란만장하고, 울퉁블퉁하고, 죄충우돌 했기 때문이다,
◆ 8년간 청담동 자택에서 유배, 그 시간이 나를 키웠다
조영남은 2005년 책 '맞아죽을 각오로 쓴 100년 만의 친일선언'을 낸 뒤 일본의 우파신문인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친일파로 오해를 받게 된다. 이 때문에 대국민 사과를 하고 2년간 모든 방송활동에서 하차한 뒤 서울 청담동 자택에서 칩거했다. 2016년 미술 대작 사건으로 피소된 뒤 1심 유죄, 2심 무죄, 3심 대법원판결 무죄 판결을 받았다. 기존 화가들보다 더 잘 나가던 조영남은 이 사건으로 은행 대출까지 받아가면서 그림값을 변상했다. 그러나 조영남의 투쟁(?) 덕분에 현대미술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단죄(?)하려 했던 희대의 사건이 예술계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조영남은 6년 동안 다시 청담동 자택에 칩거하면서 그림 작업을 해야 했다.
가수로서 조영남은 번안곡과 남의 곡을 주로 불렀다고 알려졌지만 수많은 히트곡이 있다. '제비', '내 고향 충청도', '딜라일라', '지금', '화개장터', '도시여 안녕', '모란 동백'등이 여전히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책도 많이 냈다, '한국청년이 본 예수','예수의 샅바를 잡다'는 신학도 출신으로 씬 책이다.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 '이 망할 놈의 현대미술'은 현대 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쓴 미술서다.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는 시인이상의 남해한 시를 조영남으로 시각으로 풀어쓴 책이다, 이밖에 자전적 스토리를 담은 '예스터데이'등 많은 저서가 있다. 평생을 '뜨거운 감자'로 살았던 자유인 조영남과의 대담을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본다.
다음은 일문일답
-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셀럽에 길을 묻다' 가수이자 화가이자 작가인 조영남 선생님을 모시고 좋은 말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영남 : 안녕하세요?
- 최근에 괴짜 철학가 조영남 쇼펜하우어와 만나다 라는 부제를 달고 '쇼펜하우어 플러스'라는 책을 내셨어요? 예 잘 팔리고 있나요?
조영남: 예. 잘 팔리는데요.
- 선생님께서 물론 뭐 많은 책을 쓰셨지만….
조영남: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우리가 하던대로. (질문자인 오광수 문화전문기자와 조영남은 1980년대 후반 만나서 30여 년간 교유해 오고 있다. 그래서 평소 호칭은 '형'이다).
- 네. '쇼펜하우어 플러스'라는 책을 내셨는데 특별히 쇼펜하우어라는 철학자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책을 쓰게 된 동기가 있으실 것 같아요. 오래전 시대의 분이고, 또 염세 철학자이자 괴짜 철학자로 알려져 있는데….
조영남: 어느 날 출판사에서 전화가 와서 그러는거야. 자기네가 작가를 고용해서 조영남 씨의 자서전을 쓰고 싶다. 어떠냐? 그래서 나는 내가 살아 있는데 누군가가 내 자서전을 쓰는 일은 참 머쓱한 것 같다, 별로인 것 같다고 얘기했어.
- 네. 거절하신 거군요.
조영남: 그러면서 나온 얘기가 그날 아침 신문에 요즘 대한민국 출판계가 쇼펜하우어가 대세 라는데 '진짜 대세냐' 라고 물었더니 그 출판사 사장이 그렇다는 거야. 그래서 궁금했어요. 저는 실존철학에서 니체 정도 까지 가면 철학은 다 끝난 걸로 생각하고 있는데 쇼펜하우어는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책방에 가서 책을 여러 권 샀어요. 그래서 8권을 사다가 훑어봤죠. 그랬더니 책을 한 번 쓸만하다 생각했어요. 책을 쓰게 된 이유가 니체나 키르케고르보다 훨씬 위에 있는 철학자더라구.
- 훨씬 위에 있다고 판단하셨군요.
조영남: 그 친구는 강호동 급이고, 니체는 오광수나 조영남 급이더라구.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등은 진정한 철학서더라구요.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조영남과 에펠탑'. [사진 = 조영남 제공] 2024.12.18 oks34@newspim.com |
◆ 노래하고, 책 쓰고, 그림 그리는 건 세상과의 소통
- 조영남 형과 쇼펜하우어와 같은 점과 다른 점이 있다면?
조영남: 저는 각종 노래를 불렀어요. 타령도 부르고, 가요도 부르고, 팝송도 부르고. 쇼펜하우어는 원래 철학의 본류를 탐구한 '의지와 표상으로서 세계'도 쓰고, 또 일반인들이 쉽게 알아먹을 수 있는 삶에 대해서, 모든 모든 측면에 대해서 썼더라구요. 종교, 철학, 경제. 하여튼 모든 철학에 대해서 쫙 써놨더라고요. 화려하고 멋있어요, 문체가. 글 쓰는 스타일에 제가 완전히 홀딱 반했어요.
- 네. 쇼펜하우어도 삶이 파란만장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철학자 이런 거 되지 말고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아서 사업을 해라. 엄마는 또 쇼펜하우어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 반대했던 예술가였고. 그런 의미에서 뭐 저기 평탄치 않은 삶을 사는 거는 형님과 비슷해 보여요.
조영남: 저보다 훨씬 더 후지게 살았어요. 엄마하고 절교를 했으니까. 엄마하고 절교한다는 건 상상도 못하는 일이잖아요. 연애도 변변하게 못해보고. 니체도 마찬가지에요.
- 연애를 변변히 못 해본 거는 형님하고 상당히 다른 부분이네요.
조영남: 엄청나게 차이가 나죠. 말년에 개 한 마리와 같이 산 것도 나하고 너무 틀리고.
- 노래를 만들거나 책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내가 세상을 향해 얘기하고 싶으신 게 있으실 거 아니에요. 예술가로서.
조영남: 노래하는 것도 사람들하고 소통하기 위해서 하는 거고, 그림도 사람들 하고 내가 소통하려고 하는 거고. 다 똑같은 거죠. 책 쓰는 것도 그렇고.
- 그러다가 가끔씩 이렇게 삐그덕거리는 일들이 가끔 발생을 하죠.
조영남: 우리 삶에서 삐그덕거리는 게 있어야 재미있는 삶이지.
- 예. 쇼펜하우어도 삶의 고통에 대해서 많이 얘기를 한 것 같은데요. 그렇죠. 쇼펜하우어는 완전한 염세주의자라면 형은 낙천주의자잖아요.
조영남: 염세 철학자라고 지금 정하고 계신 개념이 저는 많이 틀렸다고 생각해요.
-아 그래요? 어떤 관점에서.
조영남: 겉으로만 본 쇼펜하우어를 연구하다 보면 그렇죠, 그러나 깊이 보면 그 염세 철학은 불교 철학하고 비슷해요. 부처님이 나와서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노력하듯이 그의 염세 철학은 어떻게 하면 그 너머에 더 안락한 행복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느냐, 노력한 사람이에요. 그러면서 우리 삶은 고통스러운 거다 하는 걸 밑에 깔고 있죠. 그래서 그 생각이 니체로 하여금 제자가 되게 했고, 키르케고르가 영향을 받은거죠.
- 헤겔을 라이벌로 생각했는데 헤겔은 먼저 세상을 떠났죠,
조영남: 조영남이가 임영웅 한테 덤볐다가 깨지는 거랑 같아요.(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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