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주주자본주의 폐해 극단적 노정 투자기법"
"국민연금, 국내 유일하게 장기투자 가능한 자금 구조"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가 사모펀드의 투자 행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밝혀 이목을 끌고 있다.
류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투자 대상 기업의 자산, 인력, 점포, 사업 부문 등을 잘라 버리고 태워 버리면 사모펀드들의 단기적 수익은 극대화될지 모르나, 그 기업의 종업원, 지역사회, 협력 업체들에게는 파멸적 결과가 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초대 회장이자 ESG 평가 및 리서치 기관인 서스틴베스트의 CEO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사진=뉴스핌 DB] |
그는 "주주자본주의 폐해를 극단적으로 노정하는 투자기법이 바로 사모펀드"라며 "물론 사모펀드를 모두 도매금으로 매도할 수는 없다. 이들의 이론적 순기능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론과 실제에는 늘 괴리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 하버드 및 시카고 경영대 연구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들에서 동업종 평균 대비 14.4%나 일자리가 감소했다고 한다"며 "Toys 'R' Us, Sports Authority, Art Van Furniture 같은 소매 기업들은 매장 폐쇄와 파산으로 수십만 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국내에서도 다수의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에서 위와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 대표는 "2023년 두 명의 저자(Gretchen Morgenson, Joshua Rosner)가 쓴 베스트셀러인 'These Are the Plunderers: How Private Equity Runs - and Wrecks - America'에서는 사모펀드의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적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사모펀드는 효율성을 상징하는 미국 국기로 포장되어 있으나 실제 그 이면에는 돈을 최고의 가치로 놓는 '탐욕'이 자리 잡고 있을 뿐"이라며 "저자들은 사모펀드를 일컬어 '탄탄한 투자 수익으로 정당화되는 약탈'이라고도 말하고 있다"고 했다.
류 대표는 "최근 국내에서도 사모펀드 영향력이 매우 커지고 있다.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전문 펀드들도 등장해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며 "일부 사모펀드와 운용사들은 ESG 투자를 지향한다고도 언필칭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러한 금융자본주의 확산과 발전이 '장기주의(투자)' 발전과 동행하지 못한다면 지난 반세기 이상 오너 자본주의(회장님 자본주의)가 노정해 왔던 터널링과 같은 허다한 문제들과는 차원이 다른, (어쩌면 더 심각할 수도 있는) 또 다른 문제점들을 노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류 대표는 "사모펀드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KKR이 담배 및 식품 대기업인 RJR 나비스코를 인수한 것에 대해 저자인 브라이언 버로는 'Barbarians at the Gate(문 앞의 야만인들)'에서 이렇게 사모펀드를 묘사했다. 'you have to be able to slash and burn(당신은 베어 버리고 태워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렇듯 투자 대상 기업의 자산, 인력, 점포, 사업 부문 등을 잘라 버리고 태워 버리면 사모펀드들의 단기적 수익은 극대화될지 모르나, 그 기업의 종업원, 지역사회, 협력 업체들에게는 파멸적 결과가 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아울러 "오랫동안 국민연금 ESG 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조한 이유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자금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리고 국민연금 투자는 여타 여의도 기관 투자자들과 우리 자본시장에 엄청난 spillover effect(파급효과)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