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판매지수, 21년 만에 최대 감소…준내구재·비내구재도 줄어
"명절인데 가성비 제품만 인기"…소비절벽에 정부 지원책 발표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서울 중구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A씨는 이번 명절이 달갑지 않다. A씨는 "과거에는 명절 대목이라고 불렀는데, 요새는 소비자들이 워낙 저렴한 선물세트만 찾아 큰돈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베이킹을 하는 딸이 몇년 전부터 '떡케이크' 상품을 내놨는데, 상대적으로 저렴해 주문이 케이크로만 쏠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설 명절이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위축된 소비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소비심리가 지속 감소하며 소매판매 지수는 21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 내구재·비내구재·준내구재 트리플 감소…소비심리 절벽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1년 전보다 2.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었던 지난 2003년(-3.1%) 이후 21년 만에 최대 감소 폭으로, 현재 소비자들의 소비 위축을 나타낸다.
특히 이 기간 소비자들은 내구재, 준내구재, 비내구재에서 모두 소비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와 같은 큰 상품부터 의복, 음식료품 등 생필품까지 소비자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않았다는 뜻이다.
소비자심리지수도 지속 하락세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보다 12.3포인트(p)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CCSI가 장기평균치인 100보다 높으면 소비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물가상승에 위축된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는다면, 내수 부진이 더욱 얼어붙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상황이 어려운 만큼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란 쉽지 않다"면서도 "외식, 식품 기업들이 내수 회복을 위해 함께 도와야 한다. 섣불리 가격을 올려 물가를 자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올해 설 명절 선물세트 트렌드는 '가성비'…5만원 이하 '인기'
통상 연초는 '명절 효과'로 인해 소매판매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달 '12·3 계엄사태'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겹치면서 소비가 위축됐다는 평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올해 설 명절 구매 의향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선물세트 예산은 평균 19만원이나 개당 예산은 5만원 이하가 43%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설 연휴를 앞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시민들이 설 선물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2024.01.31 mironj19@newspim.com |
최근 고물가 기조로 가성비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며 대형마트 등에서도 5만원 이하 상품 비중을 늘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해 설 선물세트 중 3만원 이하 가성비 견과 선물세트를 내놨는데, 이 선물세트가 매출 견인을 이끌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설 선물세트 가격대별 구성비를 5만원 미만 상품에 38.9%의 비중을 부여했다.
편의점도 이같은 추세에 동참했다. GS25는 820여종의 설 명절 선물세트를 선보였는데, 이중 절반 이상인 550여종은 1만~10만원 미만의 제품으로 구성됐다.
이마트24도 전체 상품 중 절반을 5만원 이하로 설정했고, 세븐일레븐은 3만원 미만 햄 세트를 선보인다.
정부도 소비여력 확충을 위해 설 민생대책 등 정부 지원책을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오는 27일 임시공휴일 지정과 43조원 규모 소상공인 신규자금 공급, 전기료·배달비 할인을 지원한다.
물가당국 관계자는 "정부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골목 상권 회복을 위해 임시공휴일을 지정했다"며 "이 밖에도 설 명절 소비 심리 활성화를 위해 실속형 선물세트 3만개를 확대 공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plu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