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항공사 합심해 기내용 절연팩 도입해야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지난달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원인으로 보조배터리나 전자기기 등 기내 휴대품의 발화가 지목된다. 이에 정부는 리튬 보조배터리를 기내에 반입할 때 비닐팩에 보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국내 일부 항공사들은 이미 해당 방안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보조배터리 비닐팩 소지 규정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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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위의 김해공항 에어부산 사고현장 위험관리평가 모습 [사진=국토부] |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일부 항공사들은 탑승객에게 기내 보조배터리 반입 시 지퍼백 분리 포장을 요청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지난 3일 탑승객에 한해 보조배터리를 포함한 모든 배터리는 지퍼형 비닐팩에 보관해 직접 휴대해 달라는 안내를 전달했다. 다양한 상황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어 해당 요청은 보완을 거쳐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에어부산 측은 "2월 3일 탑승객에게 나간 비닐팩 공지는 일회성을 일단 나간 것"이라며 "만약 준비를 못 한 승객에게는 제공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어떻게 해야 효율적일지 조금 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역시 기내 보조배터리 반입 안내문을 통해 배터리 1개당 1개의 지퍼백에 분리 포장을 규정했다.
정부가 보조배터리의 기내 반입 시 비닐팩 보관 의무화를 고려하고 있는 만큼 다른 항공사들도 비닐팩 분리 포장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항공사들이 기내 보조배터리 반입 시 지퍼백 휴대를 요구하는 것은 화재 예방 측면 보다는 화재 발생 시 빠르게 발견해 대처하겠다는 이유가 더 크다. 투명한 비닐팩에 보조배터리를 휴대하면 불이 붙었을 경우 보다 쉽게 식별할 수 있고, 다른 짐과 분리 되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터키항공, 싱가포르항공, 카타르항공 등 외국 항공사에서는 화재 방지를 위해 비닐봉지 혹은 원 제조사 포장 상태로 보조 배터리를 보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주먹구구식 대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반 비닐팩으로 보조배터리를 밀봉해봤자 화재가 발생할 수 있고, 불이 붙었을 경우 비닐팩이 쉽게 녹아내려 화재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승객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니 대안을 내놔야 하는데 뾰족한 방법은 없고, 일단 외국 항공사의 사례를 참고해 비닐팩 소지를 요청한 것 같다"며 "전문가들은 배터리 단락을 막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기내에서 일반 비닐팩에 불이 붙었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증명된 게 전혀 없지 않냐"고 지적했다.
항공업계에서는 항공사 자체적인 노력으로는 기내 보조배터리 화재 예방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공항, 정부 등의 도움이 있어야 실질적인 대착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절연 비닐팩 사용'을 언급하고 있다.
항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부와 항공사가 합심해 기내용 절연팩을 제작해 탑승 시 나눠주고 하기 시 반납받는 것"이라며 "승객들의 수속은 조금 길어지겠지만 안전을 위해서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기내용은 품질 검증과 FAA(미국 연방항공청) 인증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부 등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고, 공항에서도 보안검색 시 배터리에 대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할 수 있는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