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산업이 '사상 최악' 불황의 터널에 갇혔다. 영화관 관람객이 급감, 침체의 늪에 빠진 지 몇년째다. 1000만 관객 영화가 나왔지만 지난해에는 단 두 편으로 그쳤다. 대부분의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대형 영화관(멀티플렉스)의 현 상황과 함께 관람객 감소를 막기 위한 업계의 노력과 또 무엇이 필요한 지를 알아본다.
[극장가 불황] 글싣는 순서
1. 대형 영화관 3사, '사상 최악' 역성장…"올해가 더 걱정"
2. 내일이 없는 극장가…지속가능한 생태계가 시급하다
3. 영화 부과금·홀드백 논의 등 K무비 업계 상생 방안은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시장 역성장을 극복하기 위해선 관객 수를 늘리고 상생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에서 별도 예산을 편성, K무비 발전과 확산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화 업계는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 사태로 인해 성장세가 꺾인 타개책 마련을 위해 노력했다. 고갈난 영화발전기금 재원의 다양화 요구는 오래된 목소리다. 또한 OTT 플랫폼으로 직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극장 개봉작 홀드백 제도를 요청해왔다.
![]() |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CGV] 2021.10.29 jyyang@newspim.com |
홀드백 제도는 결과적으로 도입되지는 못했다. 지난해 논의는 활발히 됐으나, 이 과정에서 제작, 배급, 극장 등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 모이기도, 상충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하 부처의 관계자들은 필요성에 공감했다. 하지만 일부 배급사들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제도 시행에 제동이 걸렸다.
한 멀티플렉스 극장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대부분 제도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선 공감하는 바가 있다"면서도 "일부 배급사가 홀드백 도입에 찬성하지 않으면서 제도화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당장의 손해를 면하는 방식으로 눈 앞의 이익을 좇기보다 영화 생태계 유지를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럼에도 홀드백 추진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지난해 흥행 잭팟을 터뜨린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비롯해 해외의 블록버스터 필름 제작, 배급사들 역시 비슷한 방향성을 가져가고 있다. 디즈니+ 같은 일부 자사 OTT 플랫폼이 아닌 경우 6개월에서 1년 넘게 홀드백 기간을 가져간다. 프랑스 같은 국가에선 자국 영화를 보호하기 위해 극장 개봉작의 15개월 이상 홀드백 지침이 확고하다.
![]() |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교육동 회의실에서 열린 2025년 예산지원 관련 영화업계 토론회에서 업계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2024.09.09 jyyang@newspim.com |
영화 입장권 부과금 원상회복 문제도 논란이 길었다. 영화발전기금 재원은 현재 100% 극장 티켓값에 포함된 3%의 비용으로 충당해왔다. 지난해 정부에서 영화 입장권 부과금의 준조세 성격을 들어 본격 폐지를 논의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업계에선 영화발전기금 재원의 안정화를 부르짖지만, 정부에선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였다.
이 결과로 올 1월부터 영화 입장권 부과금이 폐지됐다. 하지만 결국 한 달 만에 야당 주도로 부과금을 원상복귀하는 법안이 발의, 문체부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업계에선 '폐지'에 방점을 둔 부과금 제도가 다시 살아나는 것에 대해 영화발전기금 재원 확보 차원에서는 다행으로 보고 있다. 여야가 별다른 이견이 없어 원상회복 법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도 예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부과금이 폐지된 이후에도 정부에서 의도했던 티켓값 인하 효과가 전무했기 때문에 시행 과정에서의 논란과 비판만을 남긴 셈이다.
![]() |
'사랑의 하츄핑' 특별 상영회에서 캐릭터 '하츄핑'과 '샤샤핑'이 상영 전 무대 인사를 하는 모습 [사진= KT] |
영화 부과금 원상회복과 별개로, 별도 예산을 편성한다면 어려운 영화계와 K무비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시각도 많다.
영화발전기금의 재원이 영화 티켓판매에서 나오는 부과금에만 의존하면서 코로나 때 관객수가 급감하자 큰 타격을 입었던 경험이 반영된 입장이다. 영화 종사자들은 '최소한의 정부 예산을 편성해 안정적으로 영화계를 지원할 수 있는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우리 나라 전체 예산이 600조원이 넘는다. 그 가운데 0.1% 정도되는 정도의 예산이라도 영화계, K무비의 발전을 위해 안정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고 필요한 곳에 사용된다면 어떨까 싶다. 숨통이 트이는 이들이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급감한 관객 수 회복과 영화업계 전체가 상생하기 위해서라도 '안정적으로 쓸수 있는 영화 관련 별도 예산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