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용어 있었고 명단 설명해 '체포 명단'으로 생각"
'체포조 의혹' 조지호·김봉식 등 재판 증인신문서 나와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에서 계엄 당시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 과장이 상부로부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우선 체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재판장 지귀연)는 16일 오전 10시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목현태 전 서울청 국회경비대장 등 4명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4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구민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에 대한 검찰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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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가 16일 오전 10시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조지호 경찰청장 등의 4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사진은 조 청장이 지난해 12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는 모습. [사진=뉴스핌 DB] |
검찰은 구 과장에게 "'0시 41분경 단체 대화방에서 기존 부여된 구금 인원을 전면 취소하고 우원식 국회의장, 한 전 대표, 이 전 대표 중 보는 팀은 먼저 체포해서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로 이동하면 된다. 신변 확보한 이후 수방사로 이동바란다. 문자 확인한 후 답장바란다' 이런 메시지 기억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구 과장은 "당시엔 내용을 다 확인하지 못했고 이후에 언론에 나온 것을 보고 확인했다"며 "저 이야기는 단장(김대우 방첩수사단장)님이 구두로 먼저 전화해서 인지하고 있었고, 카카오톡으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검찰은 구 과장에게 "카톡방에 지시·하달된 시간은 0시 41분으로, 계엄 해제요구안 의결 임박 시점이 맞는가"라고 물었고 그는 "네"라고 말했다.
구 과장은 "(김 단장이) 체포 명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가"라는 검찰의 물음엔 "현시점에서 기억은 안 나지만 체포한다는 용어를 쓴 것은 맞고, 명단을 설명해 두 가지를 합쳐 체포 명단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명단 14명을 쭉 부른 것은 아니고 수사관 5명이 한 조를 이루면 1조는 이 전 대표, 2조는 한 전 대표 이런 식으로 임무를 부여했다"며 "현장에 나간 수사관들은 본인이 부여받은 인원만 알고 전체 인원은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구 단장은 체포조 운용 당시 대상자들의 혐의나 이들에 대한 구체적 체포 이유를 설명받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계엄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무작정 체포할 수 없어서 혐의가 무엇인지, 영장은 발부된 것인지에 대해 법무실에 문의해 보라고 지시한 바 있다"며 "당시 너무 유명한 정치인들이었고, 방송에서 공식적으로 계엄령이 선포될 정도로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짐작만 했다"고 말했다.
다만 구 단장은 "중대 사건에 연루된 인원이라서 계엄령이 선포됐다고 판단했으나 포고령을 보고 나서는 그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사실 들었다"며 "포고령 내용이 상당히 모호한 정치·정당 활동 금지 등 정치적 상황이라 정치적 목적에 의해 체포하는구나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포고령상 정확한 범죄 혐의가 적시되지 않았고, 거기 나온 내용이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그렇게 쓰였다고 판단했다"며 "그렇다고 한다면 이것이 어떤 범죄 혐의로 체포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유불리에 의한 체포라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구 단장은 "그 당시 저희는 국회에 가서 어떤 활동을 하겠다는 구체적 목적이 없었다"며 "갑작스럽게 밤에 연락을 받아 현장에 왔었고 부랴부랴 짐을 챙겨서 국회로 출동했다. 어떤 임무를 수행하고 어디 가서 누구를 만날지도 몰랐고 어떻게 보면 무계획으로 현장에 갔던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특정인 체포 임무 받았고 국회에서 수행해야 하는데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어떻게 (국회로) 들어가야 할지 묻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반문했고, 구 단장은 "방첩사가 경찰과 같이 중대한 임무를 수행하는데 계획도 없이 이렇게 하는 게 말이 되냐고 생각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어떤 범죄 혐의인지도 모르고 영장도 없이 몸만 움직이는 상황이었다. 국회에 누가 경비를 하는지 모르고 가본 적도 없어서 무슨 임무를 수행해야겠다는 계획이 있던 것도 아니다"라며 "그렇게 한심하게 계획을 세우냐고 할 수 있겠지만 어떤 식으로 활동하겠다는 구체적 단계가 아니었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