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 9.05% 인수 이어 추가 매입 추진…총 1조 투자 전망
신 회장 지분 '과반' 유지…금융지주 전환·M&A 속도낼 듯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일본의 금융사 SBI홀딩스가 교보생명 지분을 20% 이상으로 확대하며 사실상 '2대 주주'로 올라설 전망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과반 지분을 확보한 가운데, SBI홀딩스의 지분법 적용 추진이 향후 교보생명 지배구조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 20년 인연…'신 회장의 우군' SBI홀딩스, 교보에 1조원 투자
17일 닛케이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SBI홀딩스는 지난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9.05%를 인수한 데 이어, 추가 매입을 통해 전체 보유 지분을 2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총 투자액은 약 1000억엔(한화 약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 |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 [사진=교보생명] 2025.04.07 yunyun@newspim.com |
SBI홀딩스와 교보의 인연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SBI홀딩스는 교보생명 지분 약 5%를 매입한 뒤 2009년 정리했지만, 이후 우리은행 지분 인수(2014년), 인터넷은행 추진(2019년), 동남아 벤처캐피털 공동 운영(2022년) 등 협력을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디지털금융 분야 협력 MOU도 체결했다. 올해 초 어피니티 지분을 인수할 당시에도 SBI홀딩스는 신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됐다.
SBI홀딩스의 추가 매입 관련 주당 인수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추가 인수가격은 주당 23만4000원(어피니티 지분 인수가격)과 19만8000원(어팔마캐피탈 매각가) 사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지분법 회사' 편입되면 경영 자료 접근 확대…협력관계 유지가 관건
SBI홀딩스 지분율이 20%를 넘어서면 교보생명은 SBI홀딩스의 지분법 적용 회사로 분류된다. 이 경우 SBI홀딩스는 경영자료나 전략 방향에 대한 정보 접근성과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 현재는 신 회장과 전략적 협력 관계지만, 중장기적으로 입장이 달라질 경우 지배구조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니케이 보도 등에 따르면 SBI홀딩스는 이번 투자를 단순 재무적 투자(FI)가 아닌 그룹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디지털경쟁력과 보험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분을 확대했다고 알려진다. 1999년 창업한 SBI홀딩스는 일본 내에서 SBI생명을 보유하고 있지만 증권·은행에 비해 보험 부문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한국 SBI저축은행에 이어 교보생명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 |
교보생명 광화문 사옥 [사진=교보생명] |
업계 관계자는 "SBI홀딩스의 지분 확대는 전략적 협업 본격화를 위한 신호"라며 "향후 핀테크,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사업군에서 공동 사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신 회장 지배력 '과반' 유지…금융지주 전환·M&A 가속화
SBI홀딩스가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면서 신 회장의 지배력도 더욱 공고해졌다. 신 회장은 현재 직접 보유 지분 39.11%(어펄마캐피탈 지분 포함), 가족 보유 지분 5.12%, SBI홀딩스 지분 9.05%를 더해 과반(53.28%)을 넘긴 상태다. SBI홀딩스가 계획대로 20% 이상 지분을 확보할 경우, 최대 65% 수준까지 영향력이 확대된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 전환에 필요한 주주총회 특별결의(3분의 2 이상 동의) 통과도 무난할 전망이다.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면 생보업계 최초다. 지주 체제에서는 출자 한도와 투자 제한이 완화돼 저축은행, 손해보험사 인수 등 금융 포트폴리오 확장도 가능해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지배력이 더 강해졌고, SBI홀딩스와의 협력이 이어진다면 금융지주 전환이나 대형 M&A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생보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탈피하려는 교보의 전략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