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화백,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미인도' 위작 주장
법원 "위작 주장 충분히 조사"…유족 "상고할 것"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고(故) 천경자 화백이 위작(僞作)이라고 주장한 '미인도'를 진품이라고 결론 낸 검찰 수사에 반발한 유족이 국가배상 소송을 냈으나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재판장 최성수)는 18일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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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재판부는 "검찰 수사 과정에 다소 미흡한 과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다양한 수사기법을 동원해 나름대로 미인도의 위작 여부를 과학적으로 판단했다"며 당시 수사기관이 위작 주장을 충분히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감정위원을 회유하거나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김 교수 측 주장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이 개입해 회유했다거나 유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김 교수 측 대리인은 이날 선고 후 입장문을 통해 "검찰 수사가 경험칙·논리칙에 위반되는지 아닌지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할 상황"이라며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천 화백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전시를 통해 공개한 미인도가 자신의 작품이 아닌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미인도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소유하다가 1979년 10·26 사태 이후 정부에 압류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었고 미술관 측이 진품이라고 맞서면서 논란은 계속됐다.
김 교수는 천 화백이 별세한 다음해인 2016년 4월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를 사자명예훼손 및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5개월 간 소장이력 확인과 과학감정, 전문가 조사 등을 거쳐 같은 해 12월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정준모 전 학예실장만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김 교수는 검찰이 불법적인 수사로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천 화백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2019년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의견을 낸 감정위원을 회유해 진품으로 입장으로 바꾸도록 하고 감정에 편향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허위사실을 고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심은 "감정위원의 증언은 이 사건 수사로부터 약 6년이 지난 후에 이뤄져 명확한 진술의 내용을 기억해 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다른 감정위원에게 통화한 수사관도 특정되지 않는다"며 "검사가 감정절차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은 검찰이 감정의뢰 뿐만 아니라 대검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대한 디지털·컴퓨터 영상분석, DNA분석, 필적감정 및 전문가 안목감정 등을 함께 진행했고 그 결과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점에 부합하는 감정 결과도 다수 있었다며 수사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김 교수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shl22@newspim.com